보험연구원, '보험설계사 고령화와 시사점' KIRI 리포트 발간
정착률 저하·중장년층 유입 증가 영향...“AI 활용 상품 설명 보완"

지난해 기준 전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중 60세 이상은 남자 19.9%, 여자 2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설계사 고령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이미지] 
지난해 기준 전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중 60세 이상은 남자 19.9%, 여자 2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설계사 고령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이미지] 

보험설계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영업 현장에서 상품 이해도 저하와 설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상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의료기술 변화에 맞춘 신담보가 지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연령대가 높은 설계사의 경우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따라가기 어렵고, 이로 인해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보험연구원 김석영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설계사 고령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 설계사는 상품 설명 과정에서 애로가 커질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기준 남자 36.0세, 여자 40.6세에서 2024년 각각 48.7세, 51.8세로 10세 넘게 높아졌다. 특히 2024년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의 연령별 분포도는 60세 이상 설계사 비중이 남자 19.9%, 여자 21.2%로 가장 큰 연령층을 이뤘다. 10명중 2명은 60대라는 뜻인데, 이는 지난 2000년(남 2.4%, 여 3.8%)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설계사 고령화 원인으로 보험업계의 낮은 정착률을 지목했다. 설계사는 모집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구조다. 특히 1년 미만 설계사는 잠재 고객 부족과 제한된 마케팅 수단 등으로 초기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가족·지인 영업이 빠르게 고갈되면 고객 확보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설계사의 13회차 정착률은 2023년 기준 생명보험 36.9%, 손해보험 53.2%에 그친다. 신규 위촉된 인원 중 절반은 1년 안에 해촉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낮은 정착률이 지속되면서 경력 1년 미만 설계사 비중은 감소한 반면 장기 근속 설계사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 기준 1년 미만 신규 설계사 비중은 남성 47.8%, 여성 36.7%였으나, 2024년에는 남성 30.4%, 여성 31.5%로 줄었다. 반면 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비중은 2000년 남성 9.9%, 여성 25.2%에서 2024년 남성 35.7%, 여성 36.1%로 크게 뛰었다.

정년이 없는 근무환경 특성상 장기근속자 중 상당수가 고령 설계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신규 지원자 자체도 고령화되고 있다.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 지원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기준 20대와 30대 비율은 각각 22%와 37%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각각 12%, 20%로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60세 이상 비율은 2010년 0.48%에서 2024년 10%로 크게 뛰었다.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10년 약 9만8000명에서 2024년 13만9000명으로 늘었지만, 이 중 50대 비중은 같은 기간 10%에서 28%로 급증해 중·장년층 중심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시기에 접어들고 중장년층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20대 인구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설계사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고령화가 불완전판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령 신규 설계사는 상품 구조와 최신 의료기술 연계 담보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설명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복잡한 보험상품의 구조와 보장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지속적인 교육과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고령 설계사의 경우 영업활동 특성상 이러한 전문성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고령 신규 설계사의 정착률 제고와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점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함께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구체적으로 설계사의 모집 활동 흐름인 고객 접근–공감 형성–설득–상품 설명 중, 고객 접근·관계 형성 등 대면 중심 역할은 설계사가 맡고, 상품 설명은 AI가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 연구위원은 “AI는 고객 접근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상품 설명에서는 전문 설계사에 준하는 정확성과 일관성을 제공한다”며 “설계사의 모집 역할과 AI 기반 상품 설명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복잡한 보험 상품의 구조와 보장 내용을 설명하면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 설계사의 정착률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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