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경, '미공개 정보 주식 취득' 의혹
윤관, 에코프로머티 주식 블록딜 '초미의 관심'
BRV 투자했던 SSG닷컴, 알리·테무에 밀려 IPO 지연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씨에게 2억 반환 피소

(왼쪽부터)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지난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에서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왼쪽부터)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지난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에서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그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다수의 소송과 의혹 등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복지재단은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 이용 취득 의혹'이 일자 기부 의사를 밝힌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 3만주를 어떻게 처리할 지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 기부 주식 처리 이사회서 결국 '보류'

해당 의혹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지난해 4월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 3만 주를 구 대표가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이 골자다. 핵심은 구 대표가 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시점이다. BRV의 A사 투자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취득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A사는 심장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등을 개발하는 업체다. 1만8000원 수준이던 A사의 주가는 BRV 투자 후 16% 이상 올랐고, 지난해 9월에는 5만4000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엄벌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달 구 대표는 논란이 거세지자 A사 주식 3만 주를 LG복지재단 측에 모두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사진 오른쪽)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사진 오른쪽)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미공개 정보로 얻은 수익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반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가 A사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재단에 넘겼다면 액수는 12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의록은 이날 중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회의록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10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야 한다. 

◇ 윤관, 에코프로머티 '1.6조 엑시트' 나서나

한편, 윤관 대표도 최근 연이은 소송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윤 대표가 이끄는 BRV 산하 벤처캐피털(VC)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보호예수가 지난 17일자로 해제되면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볼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인한 주가 폭락을 우려하고 있다.

BRV캐피탈은 2개 운용 펀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을 무려 24.7%를 갖고 있다. BRV캐피탈은 적절한 블록딜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7년 동안 주식을 보유한 만큼 엑시트(자금회수) 시점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높은 할인율로 블록딜에 나서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6조7812억원으로, BRV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앞서 카카오페이도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블록딜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 2022년 6월과 올해 3월 카카오페이 지분 3.8%와 2.2%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지난 3월 블록딜 때 할인율은 9.8% 수준이었으며, 공시 후 주가는 이날까지 16.2% 하락했다.

다만 현재 윤 대표가 국세청과 종합소득세 납부를 두고 소송 중인 점이 변수로 꼽힌다. 윤 대표는 현재 123억원 규모의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 추징에 불복해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윤 대표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에코프로머티 투자금 운용 성과 보수 등에 부과될 세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법률 전문가는 "BRV의 국내 투자·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종합소득세 부과에 대한 소송 결과가 2020년 이후 소득과 관련한 세금 추산에도 충분히 참고·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미국 국적'인 윤 대표가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주자'에 해당하느냐이다. 윤 대표 측은 그간 ▲국내 체류 일수가 183일 미만이라는 점 ▲국내에 보유한 부동산이 없다는 점 ▲국내 거주 목적의 직업과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비거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세 납부 의무도 없다는 논리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왼쪽). [LG복지재단 제공]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왼쪽). [LG복지재단 제공]

◇ 세금·민사 소송 이어 '쓱' 투자까지 '난관'

윤 대표가 신세계그룹과 법적 분쟁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는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BRV캐피탈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8년 10월 신세계그룹과 투자 약정을 맺고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1조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15%씩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투자 계약서에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기업공개(IPO)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커머스 산업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던 투자 당시에는 이 계약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쿠팡의 진격에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SSG닷컴은 상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매수 대금은 1조원이며, 풋옵션 행사 예정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2027년 4월까지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의 IPO가 미뤄지자 FI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으나 양측 입장이 엇갈려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그래도 잇단 송사에 휘말린 윤 대표가 본업인 투자 분야에서도 난맥상이 드러난 모양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에코프로 제공]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에코프로 제공]

◇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씨에게 2억 반환 피소

지난해 11월에는 고 조정구 삼부토건 창립자의 손자인 조창연 씨가 친구인 윤 대표를 상대로 2억원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조 씨는 윤 대표에게 2019년 6월 빌려준 5만원권 현금 2억원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윤 대표 측은 이런 채무 거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 씨는 "윤관 대표가 르네상스호텔 매각으로 이익이 발생하면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정 사무수행에서 윤 대표 측은 조 씨 측과 합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법원 측에 전달했다. 당시 조정 사무수행에는 윤 대표와 조 씨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고, 양측 변호인들이 대신 참석했다. 

조정 사무수행이란 조정관이 정식 재판 전에 원고와 피고의 원만한 합의 아래 사건을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갖는 자리다. 윤 대표와 조 씨 모두 합의 의사가 있어 조정 사무수행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 윤 대표는 합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정 사무수행이 단 2분 만에 끝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투자로 막대한 수익 실현을 앞두고 있는 블루런벤처스를 운영하는 윤 대표가 2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2억원 소송 외에도 더 복잡한 금전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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