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 시세가 폭등한 뒤 일시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눈길이 이 반짝이는 금속의 가격 변화에 쏠리고 있다. 지구에 한정된 양만 매장돼 있는 '우주물질'인 금은 그 자체로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귀금속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세계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기와 같은 역할도 했다. 

격동의 1970~80년대 급등하던 금 가격이 이후 20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와 팬데믹 사태, 지정학적 분쟁과 무역 전쟁 등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따라 급등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이정표와 같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이어지는 금 가격의 급등 양상이 제2차 석유파동과 인플레이션 사태 그리고 달러화 가치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던 1979~1980년 사례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다시 강렬하게 반짝이는 금 가격 변화가 또다른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을 살펴보자.

1979년 금 가격 급등의 재연인가?

올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보인 지수나 상품을 고르라면 단연 코스피(KOSPI)와 국제 금(Gold) 선물 가격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73%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대륙간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선물 가격은 같은 시점에 트로이온스당 4213.60달러로 올들어 59%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형우량주로 이루어진 S&P500지수 상승률이 16.7%이고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Nasdaq)도 21.4%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기간을 좀더 늘려서 보면 최근 2년 동안 금 가격은 무려 112%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과 한국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코스피가 72%, S&P500은 55%, 나스닥이 70%를 기록 중이다. 올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달러화지수(DXY) 기준으로 약 9%가량 하락 중이며, 최근 2년 동안으로 보더라도 4% 이상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60% 가까이 오른 금 시세의 분출은 이미 지난 2024년 연간 27% 넘게 오른 뒤의 일이다. 이 정도 가격 상승세는 팬데믹 충격이나 지난 2007년 금융 위기 때를 훨씬 넘어서며, 금 가격이 한해 동안 무려 133% 넘게 올랐던 1979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조심스럽다. 지난 1979년은 세계 에너지 위기 사태와 함께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 가격 급등은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의 위기를 동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금리 인하 압력을 높이고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올해 3월 상호관세 부과 등 무역 전쟁을 통해 인플레이션 발생 및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과 같은 우려가 커진 것은 1979년 금 가격 급등을 촉발한 요인과 유사성이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3년 전부터 시작된 금 가격 상승세의 배경에 중앙은행과 기관의 금 매수가 증가한 것과 더불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매수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메탈포커스(Metal Focu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이후 중앙은행의 연간 금 순매입량은 1000톤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는 약 900톤 수준이 예상된다. 이는 앞서 2016~2021년 기간 연 평균치(457톤)의 두 배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절반이 서방 제재로 동결된 이후, 신흥국들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금 매입에 더 속도를 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WGC)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앙은행 수요의 공식 보고치는 전체 추정치의 34%에 불과하며, 실제 수요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중앙은행들이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보고한 금 순매입량은 약 200톤 정도이다.  또한 글로벌 ETF를 통해 올해 금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721억 달러에 달한다. WGC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글로벌 금 ETF의 총 운용자산(AUM)은 5030억 달러이며, 보유 자산인 금의 규모는 3893톤을 기록했다. 

금값 급등 배경과 전망에 대한 엇갈린 견해들

자산 가격은 급등한 뒤에 컨센서스가 뒤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해당 자산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 위기 당시에 금 가격이 온스당 1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하자, 전문가들은 온스당 1만 달러 시대로 올 수 있다는 견해를 비쳤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지난 1980년 1월 668달러의 명목 금 시세는 현재 가치로 2800달러에 육박한다. 명목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던 팬데믹 시점은 이보다 낮은 현재 가치에 거래된 셈이며, 올해 3월에야 온스당 3000달러 시대가 열리고 불과 6개월 뒤에 바로 4000달러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최근 금 가격 상승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및 무역 정책으로 인해 증가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의 강세 속에서도 동시에 금을 매입하려는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낙관과 기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 폭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다양한 풋옵션 수단이 있는데 굳이 금을 매입해서 헤지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달러화 약세가 금 매입을 이끈다는 것은 장기적인 추세로는 합당하지만, 지금의 달러화 약세는 금 본위제가 중단된 이후 시절과 같은 금 가격 강세를 이끌 정도는 아니다. 사실 달러화는 5년 기준으로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같은 기간 금 가격 강세로 맥을 같이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만연한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혼란기인 지난 1979년과 유사한 금 가격 급등세가 인터넷 열풍과 함께 대완화기를 누리던 완전히 다른 성격의 시대인 1999년 주식시장 활황세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지금처럼 금과 주식이 동시에 상승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역사적으로 금과 주식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최근 금과 주식의 동반 상승은 방대한 유동성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나온다. 앞서 금융 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던 정부와 중앙은행은 다시 팬데믹 발생 기간과 그 이후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실시해 시스템 전반에 걸쳐 유동성을 대거 늘어나게 했다. 이러한 유동성 때문에 주식과 금을 포함한 여러 다양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멘텀 거래가 증가하고, 시장에는 항상 대기성 현금 자산이 넘쳐난다.

게다가 금융 위기 이래 정부와 중앙은행이 반복적으로 금융 시장을 보호해준 경험 때문에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대폭 올라갔다.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유동성은 홍수가 되었고, 기술 발전에 따른 초금융화 기법이 향상되면서 이러한 유동성은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어려운 상품과 자산시장으로 돈을 투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동성 때문에 상관관계가 전혀 없거나 음의 상관관계에 있던 금과 주식이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과거 인플레이션 시기와 현재가 다른 점은 채권시장이 전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지만, 현재 채권 시장은 장기 인플레이션율이 2.5%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과는 거리가 먼 은과 백금 같은 상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가 하면, 레버리지 ETF나 고수익채권과 같은 고위험 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흔치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정 받은 금 가격, 더 오를까?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던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20일 온스당 4381.21달러를 기록한 다음 날 하루 만에 장중 6.3% 폭락했다. 마감가격 기준으로 5.7%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2013년 4월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같은 날 은과 백금 선물도 각각 7% 및 5%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세에 나선 이후 과열 우려가 제기되더니 조정 받은 것이다. 7주 동안 27%나 오르면서 신기록 경신을 이어가던 금 가격은 이날부터 1주 만에 9% 이상 내리며 40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형성되면서 '건전한 조정' 국면이 도래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조정 국면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봤다. 실제로 금 가격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12일에는 다시 온스당 4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베테랑 분석가들은 금의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 소시에테제네랄 등 투자은행들이 내년 금값 목표를 5000달러로 제시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금 가격은 급등한 뒤에 매우 큰 폭의 조정 장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보통 주식시장 하락과 동반하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식과 금은 디커플링 양상을 보이면서 주식 가치가 더 하락하는 동안 금 가격이 반등하는 일관된 패턴을 보여왔다. 실제로 S&P 500 지수가 15% 이상 하락한 과거 여섯 차례 사례를 살펴보면, 금 가격도 초기에는 하락했다. 하지만 S&P 500 지수가 바닥을 찍는 시점에 금 가격은 바닥에서 평균 40%포인트의 상승했으며, 네 차례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자 한다. 이는 특정 자산만이 아니라 보유한 모든 자산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금도 매도세에 휘말려 동반 조정국면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중앙은행이 금융 불안정을 억제하고자 금리를 인하하는데, 이는 이자가 붙지 않는 금에 대한 매수 기회가 된다.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을 줄이고 장기 국채와 금 등 안전한 자산을 추가하며, 이에 따라 금 가격은 반등한다. 특히 금은 중앙은행과 기관 등 주된 매수자가 갑자기 보유액을 줄일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여주며, 최근에는 중앙은행 등 기관이 금 보유액을 늘리는 추세다.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자국 통화의 신뢰성에 의문이 형성되는 시점에 금과 같은 안정적인 부의 저장 수단의 인기는 올라간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상할 경우에는 금 가격도 하락세를 면하기 힘들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면에서도 금 가격 하락폭은 주식보다 작은 편이다. 미국 증시의 하락장에서 금은 18%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최근 고평가 우려가 큰 주식시장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금을 매수하고자 하는 열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금 매수 자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최근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전망에 따르면 현재 금값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연말에 접어들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가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이해함에 따라 새로운 추정치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수정된 수치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평균 예측치는 온스당 4000달러였고, 2026년 전체 연간 목표는 온스당 45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약간 높아졌다. 

최근 금 시장 조정이 말해주는 것

일반적으로 모멘텀 거래, 즉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이 낳는 투기적 매수세로 인한 일시적 거품은 항상 조정 장세로 이어졌다. 최근 금 가격이 최고점에서 일시 급락한 이후 긴 조정 국면을 거치지 않고 다시 반등하는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금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이란 입장에서 보면 거품은 곧 조정의 전조이다. 금을 보유하는 명분은 주로 인플레이션 헤지와 주식시장 위험에 대한 다변화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이치에 맞는 행동이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금 가격 상승세는 이러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달러화가 꾸준히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고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나타났다. 즉 이는 정상적인 흐름이며 미국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나 통화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 때문에 달러 매도세가 강화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과 재정적자 확대 정책으로 인해 달러화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과 재정 우위 압력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국채 부담을 줄이고자 할 것이란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완화 기조를 이어갈 때, 실질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다시 긴축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지 않는다면 금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반대로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트럼프 정부가 정치적인 신뢰를 획득하는 등 달러화에 대한 다변화 움직임이 줄어든다면 금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금본위제로 회귀하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금은 야만스러운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금본위제는 곧 갈등의 산물이었으며, 금이 곧 안보 우려와 직결됐던 역사라 할 수 있다. 당시 중앙은행들은 금 매수를 통해 보유액을 늘리고자 경쟁했다. 이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하자 전 세계가 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 그 이후 금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주로 새로운 명목화폐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 때문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지금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재정 적자 우려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같은 신기술에 따른 기존 통화시스템의 도전은 금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김사헌 딜로이트인사이트 편집장(이사)
김사헌 딜로이트인사이트 편집장(이사)

/ 김사헌 딜로이트인사이트 이사

전 뉴스핌통신 기자(국제/산업2부/증권/IB금융 부장)

전 민간 싱크탱크 책임연구원, 1금융권 뱅커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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