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규모 블록딜 단행
윤 대표, 소송 휘말리고, 투자까지 '난관'
![지난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에서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504_207302_296.jpg)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지휘하는 블루런벤처스(BRV)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머티) 지분 일부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보호예수가 해제된 직후 장내 매각을 통해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주가는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RV는 전날 장 마감 후 블록딜 방식으로 총 1억5000만 달러(2047억8000만원) 규모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지분율 기준으론 약 3.2% 규모다. 가격은 전날 종가인 주당 10만3000원 대비 9.7%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9만3657원에 책정됐다. 골드만삭스, UBS, KB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이번 지분 매각 전까지 BRV는 두 곳의 펀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총 24.43%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었다. BRV가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후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이 지분의 가치는 보호예수가 해제된 지난 17일까지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 단위 차익을 얻은 BRV는 이번 블록딜로 일부 물량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블록딜 여파로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 오후 1시 현재 에코프로머티는 전일 대비 1만1500(11.17%) 내린 9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에코프로머티의 상장주식 중 32.59%에 달하는 2248만2253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많다 보니 오버행(매각 대기 물량)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작 17일 당일 1.44%, 그 다음 거래일인 20일에는 4.78% 주가가 상승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에코프로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504_207304_2925.jpg)
한편, 윤 대표는 최근 연이은 소송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재 123억원 규모의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 추징에 불복해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윤 대표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에코프로머티 투자금 운용 성과 보수 등에 부과될 세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법률 전문가는 "BRV의 국내 투자·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종합소득세 부과에 대한 소송 결과가 2020년 이후 소득과 관련한 세금 추산에도 충분히 참고·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미국 국적'인 윤 대표가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주자'에 해당하느냐이다. 윤 대표 측은 그간 ▲국내 체류 일수가 183일 미만이라는 점 ▲국내에 보유한 부동산이 없다는 점 ▲국내 거주 목적의 직업과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비거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세 납부 의무도 없다는 논리다.
윤 대표가 신세계그룹과 법적 분쟁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는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BRV캐피탈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8년 10월 신세계그룹과 투자 약정을 맺고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1조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15%씩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투자 계약서에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기업공개(IPO)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커머스 산업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던 투자 당시에는 이 계약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쿠팡의 진격에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SSG닷컴은 상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매수 대금은 1조원이며, 풋옵션 행사 예정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2027년 4월까지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의 IPO가 미뤄지자 FI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으나 양측 입장이 엇갈려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그래도 잇단 송사에 휘말린 윤 대표가 본업인 투자 분야에서도 난맥상이 드러난 모양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 조정구 삼부토건 창립자의 손자인 조창연 씨가 친구인 윤 대표를 상대로 2억원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조 씨는 윤 대표에게 2019년 6월 빌려준 5만원권 현금 2억원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윤 대표 측은 이런 채무 거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 씨는 "윤관 대표가 르네상스호텔 매각으로 이익이 발생하면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정 사무수행에서 윤 대표 측은 조 씨 측과 합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법원 측에 전달했다. 당시 조정 사무수행에는 윤 대표와 조 씨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고, 양측 변호인들이 대신 참석했다.
조정 사무수행이란 조정관이 정식 재판 전에 원고와 피고의 원만한 합의 아래 사건을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갖는 자리다. 윤 대표와 조 씨 모두 합의 의사가 있어 조정 사무수행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 윤 대표는 합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정 사무수행이 단 2분 만에 끝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투자로 막대한 수익 실현 중인 블루런벤처스를 운영하는 윤 대표가 2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2억원 소송 외에도 더 복잡한 금전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