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중국에 부품 유입시 한미관계 악화 가능성 인식"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5년 8월 당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5년 8월 당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 중국 수출 통제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우려해 중고 반도체 제조장비의 판매를 중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대중국 수출이 강화된 상황에서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를 중고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해 오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FT는 업계 한 소식통을 인용해 “다른 사람 손(wrong hand)에 들어가게 돼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경우 창고의 보관 장소가 모자란 탓에 일부를 중고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국제 장비는 아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국이 대중제제를 시작한 2022년부터 노후 기계 보관을 시작했다.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CHIPS(칩스·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한 시기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술 안보를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이 법안에 대해 전형적인 과학기술 패권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중고 기계더라도 수리를 한다면 첨단 반도체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장비 회전율이 높아 중고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고 반도체 장비들을 가장 많이 사 가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구형 반도체 장비들을 통해 가전제품, 자동차 제품을 생산한다. 구형 반도체는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반도체 생산 장비는 다른 얘기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이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SK가 긴장했다. 당시 보도에서 블룸버그는 하이닉스의 칩이 해외에서 조달한 유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SK 측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화웨이 신제품에 자사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했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실패 논란을 일으킨 중국 화웨이와 반도체기업 SMIC에 대해 기술수출을 더 엄격히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상무부의 수출통제 책임자인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에게 보내는 등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 통신은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가 화웨이 스마트폰 여러 대를 분해한 결과, 화웨이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에 쓰인 SK하이닉스 모듈은 최소 2021년 이후부터 사용돼온 부품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메이트 60'뿐만 아니라 올해 초 내놓은 '메이트 X3'와 'P60 프로'에도 하이닉스 칩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인 경기 화성캠퍼스 S3라인 전경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인 경기 화성캠퍼스 S3라인 전경이다. [삼성전자 제공]

한 일본 중고장비 중개상은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장치의 경우, 10년 정도 된 것도 보수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독일 등 동맹국에게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을 더 엄격하게 규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