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사 역량을 총동원…이재용 회장도 글로벌 광폭 행보
'초연결'로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 경쟁력까지 확대
전통적인 굴뚝산업부터 금융산업까지 모든 산업군에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대변혁의 방아쇠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곳곳에 스며들면서 혼(魂)이 들어간 개체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 일상 생활과 AI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맞게 기업들도 빠르게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파이낸셜포스트가 그룹별 AI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AI(인공지능)가 산업의 판을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뒤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당장 AI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경쟁사보다 뒤늦게 들었지만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HBM4 샘플을 내놓고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도 AI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맨 오른쪽),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 CEO(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대화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001_206652_493.jpg)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의 모든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AI시장에서 초격자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당장 급한 AI 반도체로 불리는 HBM의 경쟁력 확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근 열흘간의 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출장 중 가장 주목 받은 일정은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ZEISS) 본사 방문이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선점을 위한 행보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사장이 지난달 사내 설명회에서 "우리는 AI 초기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결집하면 2라운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AI 반도체 필수품인 HBM 시장 확대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12단 신제품인 5세대 HBM(HBM3E)을 2분기 중으로 양산에 돌입, 하반기엔 '큰 손' 엔비디아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가전,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등 전 분야에서 경력사원을 대거 뽑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기술인재 확보 철학이 투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있다. 기술 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기술 인해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삼성리서치는 랭귀지 AI, 스피치 AI, 비전 AI 등의 분야에서 거대언어모델(LLM) 연구·개발,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 연구·개발, 생성형 온디바이스 AI 기술 연구·개발 등을 수행할 경력사원이 주요 타켓이다.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001_206653_4941.jpg)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비스포크 AI' 가전을 잇따라 출시했다. 삼성 스마트홈 생태계인 스마트싱스에 고성능 AI를 장착해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초연결'로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 경쟁력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인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의 핵심 기능에 적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탁물 오염도를 학습하고, 무게·오염도에 맞게 세제와 유연제를 넣어주는 'AI세제자동투입'과 세탁물의 무게, 종류와 오염도를 감지해 세탁하고 건조 시에는 건조도 학습 및 섬세한 센서가 주기적으로 내부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 맞춤 동작하는 'AI맞춤세탁·건조'가 특징이다.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는 삼성전자만의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최대 310와트(W)의 강력한 흡입력을 갖췄다. 비스포크 제트 AI는 바닥 재질 등 다양한 청소 환경을 알아서 인식, 구별해 최적의 청소 모드로 설정해주는 AI 기능도 업그레이드된다.
AI로 더욱 진화된 바닥∙사물∙공간 인식 능력을 갖춘 '비스포크 AI 스팀'은 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은 물론 물걸레 청소와 자동 세척, 스팀 살균까지 해주는 로봇청소기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을 탑재해, 물걸레 냄새와 세균 번식을 우려하는 소비자의 고민까지 해결한다.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001_206654_5116.jpg)
더욱 진화한 AI 기능도 주목할만 하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DNN(Deep Neural Network) 모델을 기반으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모델보다 인식 가능한 카테고리가 크게 늘어 얇은 휴대전화 케이블이나 매트까지 인식할 수 있다.
비스포크 큐브 에어 인피니트 라인은 ▲4way 서라운드 청정 ▲맞춤 청정 AI+ ▲고급스러운 인피니트 디자인에 ▲주기적으로 교체할 필요 없는 ‘인피니트 라인 필터’로 혁신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비스포크 패밀리 허브 냉장고 신제품은 한층 강화된 AI로 식재료를 더욱 스마트하게 관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비전 인사이드(AI Vision Inside)’ 기능은 냉장고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자동으로 촬영해 보관된 푸드 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약 100만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전(Vision) AI’ 기술이 적용돼 신선식품 33종은 종류까지 인식해 자동으로 푸드 리스트에 반영해 준다.
![최초 AI폰 삼성전자 '갤럭시 S24 시리즈'의 국내 판매가 출시 28일만인 2월 27일 기준 100만대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001_206655_521.jpg)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내놓았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를 갤럭시S24에 탑재해 일상에서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폰 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 통화 통역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 내용을 음성이나 문자로도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1억대 기기에 '갤럭시 AI'를 적용하겠다고 방침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 첫 선을 보인 '갤럭시 AI 기능'이 이달 '원(One) UI 6.1'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주요 모델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노트북에서는 갤럭시 북4 시리즈에 AI 퍼포먼스를 지원해주는 NPU 프로세서가 적용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탑재됐다. 게임, 비디오, 영상편집 등 서비스되고 있는 10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한 AI 기능을 원활히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삼성 AI 포럼 2023'에서 삼성리서치가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Samsung Gauss)'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가우스’를 활용해 회사 내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삼성 가우스는 머신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생성하는 언어 모델(Samsung Gauss Language) ▲코드를 생성하는 코드 모델(Samsung Gauss Code) ▲이미지를 생성하는 이미지 모델(Samsung Gauss Image) 등 3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 제품사진.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001_206656_5251.jpg)
이러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업계 최초로 선보인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흥행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삼성전자를 다시 1위로 등극하게 한 효자이다.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가전이 해외 유력 소비자 매체와 전문매체의 호평을 받으면서 'AI가전 = 삼성' 공식을 굳히고 있다.
삼성의 생활가전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AI(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삼성 사용자 경험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삼성처럼 많은 제품들을 만드는 곳이 없다. 그만큼 연결성에 강점이 있고 나아가 애플과 겨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생활 가전 사업 선전을 공언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에 접어들며 삼성 사용자 경험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