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 분석, 국민연금 표심에 영향 주나
"MBK·영풍 측 투자 축소 계획, 회사 성장 저해"
"장기적 가치 창출 놓칠 수도"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 5곳이 일제히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의 관심은 핵심 안건으로 평가되는 '이사 수 상한 설정'과 '집중투표제 도입'에 쏠린 가운데, 다양한 의제들에 대한 평가와 문제 제기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이른바 ‘장기적 측면’에 대한 의미가 주목받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임시 주총에 이른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도 오는 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공공기금 특성 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국가기간산업에 미칠 파장과 향후 국민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내놓은 분석 결과들이 국민연금의 표심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0일 발표한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부작용을 집중 조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비철금속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투자자본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재무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MBK의 기존 투자 전력과 운영 방식에 비추어 볼 때 MBK 측이 회사 본업에 있어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정도로 더 나은 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MBK의 두산공작기계, 코웨이, 대성산업가스, 오렌지라이프 등 과거 인수 사례를 분석하며 투자부터 회수까지 기간이 3~6년 정도 소요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MBK의 주요 가치 창출 전략으로 전문 경영인 채용과 판매 네트워크·제품 라인업 강화,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운영 효율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MBK의 경영 전략이 고려아연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서스틴베스트는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장기간 투자가 중요시 되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투자자본 회수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주주들의 이해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 역시 지난 14일 기관투자자들에 보낸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사모펀드 MBK의 투자 축소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반대 그룹의 투자 축소 계획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둔화시키고 거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글래스루이스는 MBK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해 온 신 사업과 재무적 투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이어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투자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MBK는 투자 축소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더 즉각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고려아연 신 사업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MBK의 투자 축소 접근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목표로 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과 경쟁력 확보를 놓칠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꺼내 든 이른바 '신(新) 금산분리'도 재조명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모펀드의 산업 지배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인수 건은 과거에는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며 "과거에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의 부작용을 중심으로 고민을 끌어왔는데, 과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갖고 있다"며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대상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원장은 "특정 산업에 있어서 필요한 고려 기간이 한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해야 되는 것인데, 실제로 5년 내지는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우리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분리 매각 등으로 인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를 화두로 삼아서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이익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오히려 신임을 못 받는 임기 2년의 CEO가 이사회에서 자리를 지키려 더욱 단기 성과에만 매달릴 수도 있다"며 "우리는 경영자 교체를 추진하는 것일 뿐 현 임직원은 모두 끌어안고 갈 것으로 다른 최씨 가문에서 경영하는 자회사 등도 모두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윤범 회장도 CEO에서만 물러나면 주요 주주로 인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