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 무능 수면 위로
MBK, 김광일 부회장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추천
이미 18개 기업서 기타비상무이사 등 주요 직책 겸직
서스틴베스트 "과다한 겸직" 반대 권고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개인·기관투자자를 넘어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까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사기 의혹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태의 조속한 해결에 전념해야 할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고려아연 이사진 합류를 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MBK 측은 이날 김 부회장을 포함해 총 17명의 신규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다가올 정기 주총에서 MBK는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김광일 부회장의 경우 다른 후보보다 우선 순위로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개인·기관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되면서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차입금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이를 갚기 위해 매출이 잘 나오던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고, 사정이 어려워지자 자구 노력 없이 바로 법정관리를 선택한 MBK의 사모펀드식 경영 방식이 홈플러스 경영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직 사태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MBK와 김광일 부회장이 다음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각계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보다.
이와 더불어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돌입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대주주 MBK 측은 큰 운용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일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23일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5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고려아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241_228083_1655.jpg)
특히 김 부회장은 이미 18개 기업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홈플러스 사태 같은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에서 이사회에도 참여하겠다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직을 포함해 △딜라이브 △네파 △엠에이치앤코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는 등 국내 18개사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난다. 이러한 '문어발 겸직'이 경영 악화를 방조한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올해 1월 MBK가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김 부회장을 추천하자 "과다한 겸임으로 인해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기업 경영·관리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 앞서 오는 18일에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이날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등 5인을 증인으로 불렀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이미지. [홈플러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241_228084_178.jpg)
또한 금융감독원은 전날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우려되자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MBK 역시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지난 11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의 무능한 경영 아래서 여러 인수 기업이 심각한 부실을 초래했고 줄줄이 재무적 위기에 봉착했다"며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선진경영을 외치며 고려아연 이사진에 진입하겠다는 모습에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서 받은 준은 지난 10년 동안 0원"이라며 "다만 우선주 투자자들이 연 3% 정도 우선주 배당을 받은 것은 있고, 홈플러스 건으로 MBK파트너스가 관리보수비를 별도로 받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 출연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며 "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하지만 이 자리에서 답변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측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는 김광일, 조주연 두 대표이사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