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등 각국 상호관세 90일 유예
"보복 없는 국가들에 상호관세 10%로 낮춰"
中만 125%로 올려
車·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유지
코스피 시장, 외국인 매수세 두드러져
장중 매수 사이드카 발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X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4/224069_230172_1738.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상호관세에 보복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적용해 도합 1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10일 코스피는 장 초반 5% 넘게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저는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승인했으며, 이 기간에 상호관세를 10%로 대폭 낮췄다"며 "이 조치는 즉시 발효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예 조치에 대해 "75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 상무부, 재무부, USTR(무역대표부)을 포함한 미국 대표들에게 무역, 관세, 환율조작, 비관세 무역장벽 등에 대한 해결책을 협상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며 "(유예는) 이 국가들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5%를 부과받은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도 즉각 10%로 낮아지게 됐다. 다만 자동차·철강 등 이미 25%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별 관세는 이번 90일 유예를 적용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선 중국의 관세율은 125%로 다시 한번 상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무례한 태도를 근거로, 저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며 "언젠가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약탈하는 일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국가별로 차등한 상호관세를 유예한 것이다. 이번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하를 요청한 국가들에 협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유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상호관세 인하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유예 발표에 "처음부터 그(트럼프)의 전략이었고, 심지어 중국이 불리한 입장에 몰리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동안 말해 온 것처럼, 중국은 현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적인 경제이며, 그들은 미국 무역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실제로 이 문제는 전 세계에 문제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주 미국이 끔찍한 발표를 한 이후로, 이러한 (중국) 상품들은 이미 유럽에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락하는 금융 시장 등의 압박 때문에 관세를 유예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관세 유예는 시장 반응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시장은 관세 계획이 최대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의도는 처음부터 이랬다"고 설명했다.

이날 관세 유예 발표 직후 뉴욕증시는 6~8% 급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39분 기준 6.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24%, 나스닥 종합지수는 8.01%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나스닥은 10% 이상으로 오름폭을 키웠으며, S&P 500은 8%대, 다우존스는 7% 이상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도 오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 대비 108.6포인트(4.74%) 오른 2402.38에 거래됐다. 이날 지수는 101.4포인트(4.42%) 오른 2395.13으로 출발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외국인이 2024억원어치, 기관이 582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은 2665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증시가 단숨에 급등하면서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정지)가 발동하기도 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블랙먼데이) 반등한 지난해 8월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전날 급락으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6분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전일 종가 304.65포인트에서 322.20포인트로 5.76% 상승한 후 1분간 지속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상승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모두 상승세다. SK하이닉스(11.15%), HD현대중공업(8.69%), 현대차(6.52%), LG에너지솔루션(5.89%), 한화오션(5.83%), 셀트리온(5.24%), 메리츠금융지주(4.92%), KB금융(4.94%), 한화에어로스페이스(4.92%), 삼성전자우(4.74%), 삼성전자(4.43%) 등이 오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6.38%), 기계 장비(6.08%), 운송장비 부품(5.66%), 제조(5.38%), 의료 정밀기기(5.02%), 화학(4.33%), 금융(4.29%), 보험(3.93%)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세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27.54포인트(4.28%) 오른 670.93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26.73포인트(4.15%) 오른 670.12로 출발했다. 개인이 1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69억원어치, 기관이 19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상승세다. 보로노이(10.26%), 클래시스(8.83%), 에이비엘바이오(7.60%), HPSP(6.79%), 휴젤(6.62%), 파마리서치(6.54%), 에코프로비엠(6.44%), 삼천당제약(6.42%), 알테오젠(6.19%), 레인보우로보틱스(6.20%), 에코프로(6.07%)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관세 전쟁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봤다. 이번 유예 조치는 부분적인 완화에 불과하며, 관세 혼란의 종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관세 전쟁이 종료되지 않았고 곳곳에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관세는 협상의 도구이고 실제 관세 수위는 우려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시나리오로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샘 스토발 CFRA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번 관세 유예로 적어도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바닥을 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번 속으면 남의 탓이지만 다섯 번 속으면 자신의 탓”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