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홈플러스 600억 대출 보증
DIP금융 형식, 실제 부담은 홈플러스 몫 될 수도
정치권 "1조원 투자와 2조원 사재 출연해야"
금감원, 홈플 사태 검찰 이첩 검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4/224158_230273_302.jpg)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법정관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출 지급보증 방식으로 사재 출연에 나섰지만,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출연 규모가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홈플러스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600억원 규모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에게 '조 단위' 사재 출연을 압박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특화 사모펀드인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600억원 규모의 DIP(Debtor In Possession)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김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해당 대출의 지급보증을 맡는다. 즉 홈플러스가 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김 회장이 대신 변제하는 구조다. 대출 만기는 3년, 금리는 연 10%로 알려졌다.
DIP금융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기업에 제공되는 운영자금 성격의 대출이다. 변제 순위에서 기존 채권보다 앞서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반 채권자들은 후순위로 밀리게 되며,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자금 확보가 어려운 회생 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이지만, 다른 채권자 입장에서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달에도 홈플러스에 일정 금액의 개인 자금을 증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또한 전체 회생 필요 자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DIP금융은 구조상 홈플러스가 결국 갚는 구조인 만큼, 김 회장의 지급보증이 실제 사재 출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국 홈플러스가 변제한다면 김 회장의 보증은 명목상의 책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 등 홈플러스의 채권자들은 사재 출연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이미지. [홈플러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4/224158_230274_3056.jpg)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 단위'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업 협력사 등에 지급해야 할 매출 대금은 오는 6월 이후로 정산 시점을 미뤄놨다. 1~2월 발생한 매출 대금 중 미정산분을 당장 지급할 여력은 없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문제도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4600억원 규모 미상환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갚을 돈이 없다.
정치권과 채권단의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를 열고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1조원 규모의 투자와 2조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정무위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찰·검찰·국세청이 모두 나서서 100% 피해 보상을 관철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다음 해인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낸 이자 비용이 총 2조9329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기간 홈플러스가 낸 영업이익은 4713억원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최철환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사무국장은 “MBK의 차입 매수(LBO·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금융 기법)로 인해 홈플러스는 아무리 벌어 봐야 이자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라며 “이 책임은 매입 당시 차입한 비용에 대한 이자를 홈플러스에 떠넘기고 있는 MBK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김 회장을 비롯해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고소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감독원은 MBK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이달 중으로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MBK를 포함해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기관들에 대한) 검사·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검찰과 증권선물위원회와 소통하면서 절차에 따른 조치를 4월 중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고, 검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 있다”며 “당장 검찰 고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이달 중 통상적인 증선위 안건 상정은 어렵겠지만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