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부회장이 올해 말부터 CEO"

(왼쪽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엑스 갈무리]
(왼쪽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엑스 갈무리]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0년간 이끌어온 버크셔에서 올해 말 은퇴를 선언했다.

버핏 회장은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은퇴 계획을 밝혔다.

버핏 회장은 하루 뒤인 4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 올해 말부터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도록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2021년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한 상태다.

그는 2023년 12월에도 "아벨은 내가 이룬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후계구도를 명확히 했다. 

다만 버핏 회장이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왔기에 그의 사후에야 아벨 부회장이 CEO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이사회가 이 계획을 승인하면 현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은퇴해도 버크셔 주식을 하나도 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는 아벨 부회장이 버크셔를 더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의 뒤를 이어받을 아벨은 캐나다 출신으로 2018년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맡으며 그룹 부회장과 이사회 멤버가 됐다.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 부회장이 2023년 별세한 뒤 아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버핏의 옆자리를 지켰다.

버핏 회장은 이날 열린 60번째 연례 주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버핏 회장은 "무역이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 다른 나라들이 더 번영할수록 우리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들과 함께 더 번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전 세계와 무역을 하려고 해야 하며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다른 나라들도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각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의 생산과 수출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은 수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파는 제품을 전부 미국에서 만들도록 강요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증시에서 나타난 기록적인 급락에 관해서는 그는 "본인이 버크셔를 인수한 뒤로 회사에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주가가 매우 짧은 기간에 반토막 난 일이 세 번이나 있었다"면서 "지금은 극적인 베어마켓이나 그런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버핏 회장은 "이건 그냥 주식시장의 한 부분"이라면서 "시장이 하락할 경우 겁먹고, 시장이 오를 때 흥분하는 사람이라면 주식시장은 참여하기에 끔찍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사람들이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감정이 투자를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버핏 회장은 '정부효율부(DOGE)가 하는 일이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는 "관료주의는 놀랄 만큼 널리 퍼져있고 전염성이 강하다"고 답했다.

버핏 회장은 "(정부의 재정 적자가)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재정 적자 축소 조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회는 그 일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 발전이 버크셔의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다이내믹한 세상이고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건 불행하게도 우리가 세상을 파괴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국가가 8개 있고 아마 9번째가 생길 텐데 각 9개 국가, 또는 9개 국가 중 일부에는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국가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듯 "북한이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버크셔는 올해 1분기 96억달러(약 13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의 112억달러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주요 투자 부문인 보험업의 실적 악화와 외화환산손실이 원인이었다.

버크셔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3342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3477억달러(약 487조원)로 늘었다.

버크셔의 주총에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 생각을 들으려는 투자자들이 매년 문전성시를 이룬다.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으킨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버핏의 견해에 관심이 쏠리면서 주총 전날 행사에 역대 최다인 1만970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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