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주가가 1600% 넘게 급등하며 고평가논란에 휩싸인 기업이 있다. 올해 서학개미 최고의 인기주로 급부상한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얘기다. 

팔란티어는 정부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실행가능 한 솔루션을 만든다. 방치됐던 방대한 데이터들을 자원으로 활용해 국가적 인프라로 구축한 것이 팔란티어다. 그 결과 팔란티어는 시가총액 3715억달러, 한화로는 516조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정부는 예산삭감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와 10년간 14조원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오늘날의 데이터는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팔란티어의 핵심기술 ‘온톨로지’가 무엇이기에 이 같은 대규모 계약이 가능했을까?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온톨로지 기술을 앞세운 ‘한국형 팔란티어’ 실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표 주자로는 E8(이에이트)가 꼽힌다. E8은 단순히 데이터를 쌓는데 그치지 않고, 개발 초기부터 온톨로지 기술을 적용해 산업 데이터를 이해·연결·추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왔다. 복잡한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구조화하고 의미 있는 분석을 통해 국가·산업 차원의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평가다. 

이 기술의 진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능력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제조업 공정에서 '특정 부품의 불량률이 높아졌다'는 현상이 발생하면, 이에이트의 솔루션은 이를 단순히 품질 저하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온톨로지를 통해 이 불량이 '특정 장비의 온도가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라는 의미 있는 원인분석과 함께 해결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E8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데이터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핵심 역량을 통해 팔란티어가 파편화된 정보를 연결해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했 듯, 복잡한 현실 데이터를 의미 있게 연결해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한국형 팔란티어'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E8는 현재 다수의 기업들과 온톨로지(Ontology)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중이다.

팔란티어(Palantir)의 성공 비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온톨로지인 셈이다. 온톨로지란 복잡하고 분리된 데이터들을 연결해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팔란티어는 온톨로지 기술로 다양한 출처의 이질적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해 데이터간의 의미론적 관계와 연관관계를 파악함으로써 고차원적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기반으로 팔란티어는 보안, 국방, 금융에서부터 산업까지 고객맞춤형 데이터활용한 컨설팅이 가능해졌고, 기적과도 같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온톨로지 기술은 팔란티어가 미국 정부와 10년간 14조원 규모의 장기계약을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한국형 팔란티어…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E8(이에이트)와 같은 국내 혁신 기업의 등장은 한국형 팔란티어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신호로 보여진다. 

이들이 가진 독자적인 기술력과 잠재력이 국가적 인프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미국 정부가 9·11 이후 팔란티어에 투자한 선례처럼, 우리 정부도 민관 협력으로 한국형 팔란티어를 키워야 한다. 

특히 재난재해 분야에 온톨로지 솔루션을 적용 한다면 가뭄과 홍수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는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한국형 팔란티어’의 육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카피만 하고 빠지는 SI사업의 한계는 분명하다. 온톨로지와 AI를 기반으로 데이터 주권, AI 주권을 확보하고 지켜내야 한다. 더 이상 해외 기술 의존 속에서 AI와 데이터 식민지 환경을 지속해서는 안 되며,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 

AI는 학습을 통해 그 성능을 점차 고도화해 나간다. 이때 AI모델의 학습과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AI를 활용한 자동화, 맞춤형 서비스, 예측 분석 등은 모두 방대한 데이터 기반 위에 구축된다. 이런 이유로 AI시대의 데이터는 AI의 연료이자, 혁신을 이끄는 핵심자원으로 데이터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은 팔란티어의 데이터 통합 및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 상황인식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테러나 적군의 동향 등 다양한 위협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도출함은 물론 적절한 대응을 통해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 [파이낸셜포스트 DB]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 [파이낸셜포스트 DB]

◇ 외산 의존의 굴레…한국형 팔란티어가 필요한 이유  

다만 미국과 우리의 현실은 크게 다르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정부 조달과 대기업 시장은 여전히 외산 위주로 편중돼 있는 이유에서다. 

이는 고비용도 문제지만,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의 구조적 취약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외부 플랫폼 의존에 따른 기술지원, 데이터 주권, 보안통제 등과 같은 리스크도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 통합 기술 분야의 외산 의존 문제는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수많은 데이터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파편화돼 있을 경우, 데이터 통합 솔루션이 외산이라면 시스템 오류나 기술 지원 중단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민감한 국가 기밀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형 팔란티어를 육성하는 일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특수한 안보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잠재적 위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한국형 온톨로지 구축을 위해서는 단순 카피에 그치는 SI같은 사업보다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접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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