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로봇과 인간' 특강 개최
"충분한 데이터 축적되면 인간 지능 뛰어넘는 AI 가능"
![2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과학+α 융합 토크' 강연에서 김주형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4232_242833_1944.jpg)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재단 콘퍼런스홀에서 개최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에서 국내외 로봇공학 전문가들이 만화 속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로봇 대중화의 조건과 인간 지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만화 캐릭터에서 찾은 로봇의 미래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올라프에서 착안해 몸이 분해돼도 작동하는 로봇을, 일본 만화 '원피스'의 니코 로빈에서 영감을 얻어 필요한 곳에 팔을 꽂아 쓰는 모듈형 로봇 팔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디즈니리서치,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 연구소, 삼성전자 등을 거쳐 현재 UIUC에서 KIMLAB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는 "만화 속 상상을 연구실에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로봇 공학자의 도전"이라며 "비싼 모터와 센서가 들어 있는 로봇 팔을 공유할 수 있다면 보급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아서 클라크의 법칙을 인용하며 "과학이 개척하는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데까지 도전하는 것이 연구자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발전의 열쇠로 '데이터 축적'을 꼽았다. 공장용 로봇은 데이터를 쉽게 모을 수 있지만, 일상 속 로봇은 보급 부족으로 학습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많은 로봇이 보급돼야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그래야 로봇이 진정한 지능을 갖출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쓸데없는 움직임'에서 나타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디즈니리서치에서 눈동자 움직임을 연구한 경험을 들며 "숨을 쉬듯 떨리는 눈동자, 의미 없는 시선 이동 같은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인간다운 자연스러움을 만든다"고 말했다.
![2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과학+α 융합 토크'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김주형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 겸 작가 [최종현학술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4232_242834_2025.jpg)
◆로봇 대중화의 분수령은 '집안일 자동화'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로봇 대중화의 분기점으로 '집안일 자동화'를 제시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애플에서 8년간 아이폰 통신 모뎀 개발을, 벨로다인 라이다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이끈 김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합리적 가격에 대신할 수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청소 로봇이 이미 "설치만 하면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수준에 도달했듯, 세탁-건조-개기, 식기 세척-정리 등 '마지막 1m'를 메우는 자동화가 대중화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 지능을 '탄소 지능', 인공지능을 '실리콘 지능'으로 구분하며 두 지능의 차이와 보완성을 설명했다.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단계 수준"이라면서도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면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자유의지, 인간만의 마지막 보물
김영재 연구위원은 인간과 로봇의 본질적 차이를 '자유의지'에서 찾았다. "DNA가 지시하는 대로,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주어진 대본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인간만의 자유의지"라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겠지만, 자유의지라는 마지막 보물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개발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 지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학습한 신경망 모델이 단순히 데이터를 외우는 수준을 넘어 수학 문제까지 풀어내는 과정을 보며 "인간 지능 또 복잡한 학습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AI 판사는 기분에 흔들리지 않지만, 인간 판사는 시대와 이해관계 속에 놓인다"며 "로봇 발레리나는 동작을 완벽히 따라 할 수 있어도, 무대에서 땀과 호흡, 현장의 울림을 전하는 감동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저건 로봇이야'라는 인식이 개입되는 순간 감정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