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첫 여성 총재… 15일 총리 지명 선거 거쳐 취임 전망
야스쿠니 참배·독도 관련 강경 발언으로 한일 관계 경색 우려
정부 "새 내각과 긴밀 소통…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 노력"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Wikimedia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0/234477_243177_3848.jpg)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차기 총재로 선출되면서, 해빙 무드였던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획득, 156표를 얻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5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도 183표로 1위를 차지한 다카이치 총재는 결선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세 번째 도전 만에 당권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 1위를 하고도 결선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역전패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민당 총재는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로 직결된다. 일본 총리는 국회 중의원과 참의원 투표로 선출되는데, 양원이 다른 후보를 지명할 경우 중의원 선택이 우선된다. 제1당인 자민당이 중의원을 장악하고 있어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5일 진행될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일본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1961년생인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국회 입성 동기로,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계승을 공언해온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왔고, 일본이 매년 추진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관료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극우 성향 때문에 양국 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도쿄와 부산에서 한일 정상 회담을 여는 등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조성된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왼쪽부터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Wikimedia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0/234477_243178_4326.jpg)
다만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 과정에서 보수적 색채를 희석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력 후보로 부상한 뒤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당선 연설에서는 "자민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많은 분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승리 배경에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와 보수 성향 의원들의 결집이 있었다. 특히 결선 투표에서는 당내 유일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아소 전 총리는 당원 투표 1위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43명인 아소파 의원 다수가 다카이치 총재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결선 투표 전 연설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의 지금과 미래를 위해 자민당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세대가 총 결집해야 한다. 항상 국익을 최우선해 국가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국익 우선이라는 보수적 기조는 유지한 셈이다.
한편 40대 최연소 총리를 노렸던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배를 마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자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결선에서 패배했다. 그는 2019년 환경부 장관 시절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펀하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국내에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재 선출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협력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새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며 한일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한일 양국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질서 속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라며 "앞으로 일측과 적절한 소통방식 및 시기 등을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