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장 연임 후 최근 임기 만료...정치 재개 놓고 장고 들어가
20대 국회의원 당시 태권도 국기 지정·검찰 수사권 제한 입법 성사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처인구 원삼면 확정에 기여
용인대 名博 인연도...제 2 고향 용인에서 지방선거·총선 등 저울질

이동섭 전 국기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명예 태권도단증을 전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기원]
이동섭 전 국기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명예 태권도단증을 전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기원]

경찰 수사관 출신으로 태권도 공인 9단인 이동섭 전 국기원장이 또 한 차례의 인생 변곡점에 섰다. 이번에는 한 차례 국회의원 경험을 살려 다시 정계로 돌아갈 전망이다. 

13일 체육계에 따르면 그는 2021년 16대 국기원장에 선출된 이래 17대까지 연임했으며, 이번 추석 연휴 중 임기 만료로 자연인이 됐다. 태권도 문화 보급의 상징인 국기원에서 두 차례 원장으로 일하면서 전 세계 2억4000만 태권도인구와 호흡했던 그는 평생 태권도와 함께 해온 인물. 정계 복귀를 모색하면서 가장 먼저 내놓은 구상도 "바로 제2 국기원을 용인에 짓겠다"는 것이다. 

용인대 명예 체육학박사인 인연과 과거 20대 국회 활동 당시 처인구에 각종 경제적·문화적 혜택을 유치한 경험 등을 토대로, 제2의 고향 용인의 본격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나선 만큼 지역 정가에 파장이 예상된다. 지방선거는 내년이고, 다음 총선도 2028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원한 태권도맨, 경찰...국회와 국기원 경험하면서 시야 넓어져

"200여개국 2억4000만명이 태권도를 매개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원장이 될 때만 해도 국기원을 단증 발급 해주는 기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았는데, 글로벌 K컬쳐 알리기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기구로 탈바꿈시키고 국민들의 인정을 얻고자 연임하는 동안 후회없이 일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국기원이 하나 더 필요할 정도로 이제 조직 강화가 필요합니다. 그걸 용인에 짓는다는 것이죠."

195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 몸이 약골이라 고생했다고 한다. 건강을 관리할 방편으로 농촌지도소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체육관에 나갈 것을 권유했고, 그렇게 입문한 태권도 덕에 자신감도 얻고 키도 180cm에 이르는 건장한 몸으로 거듭났다. 괴짜 평도 듣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 단증을 수여하는 등 태권도 외교를 할 수 있었던 바탕도 그런 태권도 훈련 과정에서 얻은 활달하고 솔직한 면모가 자산이 된 셈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그는 경찰에 투신, 수사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고려대 정책대학원(석사)을 거쳐 국민대 법학박사 학위(행정법 전공)을 마치는 등 공부를 계속해 왔다. 이 같은 체력도 태권도에서 비롯됐다고 본인은 믿고 있다. 청렴한 수사관으로 급여에만 기대어 생활하는 중에도, 동생들과 처제까지 학업을 서울 좁은 아파트에 올라와 하도록 하면서 복닥거리는 생활을 이어갔다.   

"한때 청량리파 등 여러 폭력조직들을 소탕하면서 깡패들이 제 이름만 들으면 떨 정도로 악명을 날리기도 했습니다(하하)." 

한때 칼을 든 범죄자와 대적하다 팔 인대와 뼈 등을 모두 다치면서 팔을 못 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경찰대병원에서는 치료가 안 돼 아산병원에서 한참 고생스러운 입원 생활 끝에 다시 공직 일선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동섭 전 국기원장은 칼에 찔려 장애를 얻을 뻔한 경험, 검찰 간부의 이유없는 박해 등 많은 시련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도 경찰, 태권도인, 국회의원으로서 모두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왔다. 그가 팔에 범죄자와의 대결로 남은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이동섭 전 국기원장은 칼에 찔려 장애를 얻을 뻔한 경험, 검찰 간부의 이유없는 박해 등 많은 시련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도 경찰, 태권도인, 국회의원으로서 모두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왔다. 그가 팔에 범죄자와의 대결로 남은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임혜현 기자]

경찰 형사 생활에 이어 그는 검찰 수사관으로 파견 생활도 했는데 특수부와 강력부 등을 거치면서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지역 차별 등으로 인한 검찰 간부와의 불화, 수사 과정에서 힘없는 이들이 소외되는 현상을 목격하며 시작된 고민 등으로 국회의원을 목표로 공직을 떠났다.

이후 20대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두 가지 경험이 있다. 바로 태권도를 단순한 스포츠의 한 종목이 아닌 우리나라의 국기( 國技)로 명시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통칭 태권도법) 일부개정안을 내 통과를 성사시킨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검사의 기소권·수사권 분리의 단초가 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는 권은희 전 의원 주도로 통과된 것으로 보통 알려져 있는데, 이 전 의원의 법안 등 몇 개 아이디어가 대안 반영돼 처리된 것이다. 지금 '검수완박' 체제가 완성됐지만, 당시 검찰의 입김과 검찰 출신 의원들의 견제로 입법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라고.

대표 입법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누구도 선뜻 해결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난제를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용인과의 굵직한 인연들도 그런 성격에서 비롯됐다.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공로...처인구 산성 문화재에도 관심

이동섭 전 국기원장이 용인시장 혹은 지역구 의원 도전 두 가지 길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임혜현 기자]
이동섭 전 국기원장이 용인시장 혹은 지역구 의원 도전 두 가지 길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임혜현 기자]

SK하이닉스는 이천을 반도체의 성지로 만든 초우량기업이다. 그런 SK가 간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는 것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숙원으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런 반도체 클러스터가 처인구 원삼면에 입주 확정되도록 기여한 것도 바로 이 전 의원이다. 그는 "유치 필요성을 공감하고 문재인 (이하 모두 당시 직책) 대통령, 이낙연 총리, 성윤모 산자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을 만나 입지타당성, 지역 경쟁력 등 설득해 용인 확정에 기여했다"고 회고했다. 

용인시 처인구에 소재한 처인성과 서리고려백자요지 등의 문화유적들이 문화재청의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정비 사업이 이뤄지도록 논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처인성은 몽고군의 침략 당시 적군의 살리타 장군이 고려군 화살에 죽으면서 전세를 뒤집은 무대다. 김윤후 장군 일화는 역사책에 잘 서술돼 있지만 막상 그 현장을 잘 가꾸는 일은 기대만큼 진척되지 않아 왔는데 그가 이 문제를 짚고 나선 것이다. 

고려청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이후 조선백자로 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서리고려백자를 굽던 흔적을 보존하는 것은 당장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지역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자원이 될 전망이다. 

용인대에서 명예 체육학박사를 받고 종종 강의를 맡기도 하면서 쌓은 용인 지역과의 인연 끈이 결국 제2 국기원을 용인에 짓겠다는 포부로 이어지게 됐다. 용인이 가진 입지와 용인대 등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그는 "다만 가까운 시장선거를 염두에 둬야 할지, 여의도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며 3년 후 총선을 준비해야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심하지 않았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제2 국기원 등 꿈의 지도에 따라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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