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CEO 서밋서 연설
반도체와 조선 분야 협력 특별히 강조
"한국 기업, 미국에 공장 짓고 투자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오후 1시부터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공동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오후 1시부터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전하며, "미국 조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선 한국과 같은 좋은 파트너가 필요하고,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 간 주요 협력사업인 조선업에 대해선 무려 여섯 번이나 언급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오후 1시부터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당초 연설은 정오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

12시 55분경 행사장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장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정용진 신세계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참석해 연설을 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2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APEC 계기 2차 한미 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APEC 계기 2차 한미 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통해 말레이시아·캄보디아·일본과 무역 합의를 마쳤다"며 "한국과도 곧 합의를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 합의들이 속속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구축될 것”이라며 “내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중 무역합의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과 대화가 전쟁보다 훨씬 낫다"며 "시 주석과의 무역합의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조 달러의 새 대미 투자가 이뤄졌고, 조만간 재임 1년 차 이내 20~21조 달러까지 대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집권 2기 임기 9개월 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투자가 조선업을 필두로 한 미국 제조업 부활에 집중됐음을 언급하며, 그 핵심 파트너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역할을 언급하며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배워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을 때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어 그는 "한국 조선업은 아주 발전했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분 중에 미국 필라델피아조선소를 인수한 분(한화오션)이 있을 텐데, (필라델피아조선소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조선소가 될 것이며, 다시 미국에 조선업을 부활시킬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통해) 미국이 번영하면 동맹도 번영하고, 인도 태평양 동맹국이 번영하면 세계가 안전하고 부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TSMC가 미국 내에서 블랙웰(Blackwell) 칩 생산을 시작했다"며 "애리조나와 텍사스에 건설되고 있는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미국은 AI 제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공장 가동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이라며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세울 수 있도록 허가 절차를 신속히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은 건설·창조·고용·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이런 이들이 미국 입국 시 가장 빠른 서비스를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강제 구금 사건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장에 자리한 우리 그룹 총수들을 향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는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즈니스(사업)하기 좋은 곳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가장 과감하게 규제를 없애가고 있다"며 "미국은 세율이 합리적이고, 에너지도 풍부해 전 세계에서 제도적 부담이 가장 낮은 곳"이라고 투자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서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할 것”이라며 "공급망 협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의 전통 기와 '수막새'처럼 서로 다른 조각이 맞물려야 비바람을 막을 수 있다"며 "인적·물적 제도의 연결이야말로 APEC 성장을 위한 지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오후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000년 전 경주는 동양의 실리콘밸리였다"며 "오늘의 경주에서 미래 산업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APEC CEO 서밋에는 21개국에서 약 1700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기존보다 하루 늘어난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되며, '브리지(Bridge)·비즈니스(Business)·비욘드(Beyond)'를 주제로 70여 명의 연사가 AI·반도체, 탄소중립, 지역경제 통합, 금융, 바이오 등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

대한상의는 "정상과 CEO 간 직접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고위급 네트워킹 기회가 많다"며 "국가 간 투자와 기술 협력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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