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완 고려대 교수, 아센디오와 법정 분쟁 중
"아센디오, 주가조작 목적 씨씨에스 이용"
"초전도체 관련 어떤 사업도 하지 않아"
결국 허상으로 끝난 '상온 초전도체 테마주'
'그림자 실세' 양남희 회장도 전격 특검 체포
아센디오 주가조작 스모킹건 드러나나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하는 물질 'LK-99'가 자석 위에 반쯤 떠있는 모습. [김현탁 교수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44_277234_5333.jpg)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을 불러온 권영완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연구교수가 테마주 중 한 회사인 아센디오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개발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던 'LK-99'는 학계의 검증을 통해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결론이 내려져 열풍의 끌에 법정 분쟁만 남은 모양새다. 특히 권 교수 측이 "아센디오는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내 회사를 이용했다"고 주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센디오는 지난 2월부터 "전환사채 계약대로 상환금액 50%에 상당하는 씨씨에스(권 교수 경영 회사) 주식을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권 교수 측 회사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지난해 2월 말 80억원 규모 씨씨에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80억원 전액을 외부 차입으로 마련했다. 80억원 중 65억원은 아센디오와 다보링크에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계약대로 씨씨에스 주식을 달라"는 요구에 권 교수가 응하지 않자 아센디오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가진 씨씨에스 주식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또한 아센디오는 씨씨에스 주식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7월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권 교수가 아센디오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권 교수 측이 갈등 과정에서 "아센디오는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씨씨에스를 이용했다"며 빌린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아센디오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권 교수 측은 "아센디오는 전환사채 계약 전날 사업목적에 초전도체 사업을 추가했다고 공시해 주가가 급등했다"며 "아센디오는 초전도체와 관련한 어떠한 사업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환사채 계약은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투자자를 기망하기 위해 행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전환사채 인수대금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해 지급된 금원으로서 반환 청구가 불가함을 통보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아버지'마저 '아센디오가 주가조작으로 투자자를 기망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의 언급처럼 현재 아센디오는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주가조작 혐의로 주목하고 있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세력들이 아센디오로 투자 대상을 옮겨가며 주가조작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특검은 김건희 씨의 측근인 이종호 전 대표의 아내가 이 회사에 투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팀은 지난 13일 아센디오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는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을 전격 체포했다. 웰바이오텍을 지배한 양씨는 앞서 현대차의 1차 협력사이던 코스닥 상장사 화진을 무자본 인수합병(M&A)한 뒤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20년형을 구형받았다. 다만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업계에 따르면 양씨는 이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인연으로 처벌을 피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김 여사와의 인연을 공공연히 내비쳐 왔다"는 관계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웰바이오텍 자회사 아센디오를 통한 또 다른 시세조종 의혹까지 더해지며 '그림자 실세'로 거론돼 왔다.
아센디오를 주가조작 혐의로 의심하고 있는 곳은 특검뿐만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시병)은 지난 8월 '민주당 3대 특검 종합 대응 특별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아센디오 관련 의혹을 언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시병). [김현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44_277237_5524.jpg)
그는 "아센디오는 웰바이오텍의 자회사인데, 똑같은 주가조작 혐의가 있다"며 "여기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데 갑자기 초전도체를 지난해 초에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주가 조작과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어서 현재 추가로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웰바이오텍 특검 수사, 자회사 아센디오로 확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해당 의혹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의원은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함께한 회사이고, 아센디오는 본래 엔터테인먼트사였지만 지난해 2월 초전도체 사업을 내세우며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며 "결국 '테마주'로 포장된 주가조작 의혹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웰바이오텍 자기전환사채 재매각과 아센디오 투자 패턴은 단순한 기업 경영이 아닌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주가조작 정황을 보여준다"며 "이 과정에서 김건희 씨 측근으로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가족 계좌가 직접 거래에 연루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제 수사는 삼부토건에서 웰바이오텍을 넘어 아센디오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삼부토건 주가 조작 세력과 김건희 관련 의혹, 그 연결고리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끝까지 의혹의 진실을 추적하겠다"고 약속했다.
◆ 웰바이오텍 주가 조작 세력들, 아센디오로 옮겨갔나
배우 최수종과 하희라 소속사로 잘 알려진 아센디오는 영화의 투자·제작·배급과 드라마 기획·개발·제작 등을 영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다. 최대 주주는 티디엠투자조합2호이다. 티디엠투자조합2호는 지난 2023년 11월 아센디오의 120억1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주식 1184만6001주를 사들였다. 한승일 대표가 100만원을, 코스닥상장사인 웰바이오텍이 120억원을 투입했다. 결국 아센디오(최대 주주 티디엠투자조합2호)의 최대 주주는 웰바이오텍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초 아센디오는 난데없이 '초전도체' 분야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 시기에 최수종 부부, 함은정 등을 비롯해 모든 소속 배우들과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초전도체란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이를 활용하면 시속 2만㎞ 자기부상열차, 지금보다 100배 빠른 컴퓨터와 같은 꿈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지난 2023년 국내 연구진이 풀어냈다고 주장해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논문과 동영상만 보면 초전도체로 보기 힘들다는 신중론이 아직은 우세한 상황에서 테마주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엔터사인 아센디오가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초전도체를 어떻게 연구하고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초전도체 사업의 밑그림을 밝힌 적도 없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2월 21일부터 3월 6일까지 이 회사 주식을 111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지난 2023년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이 '우크라이나 재건'을 테마로 주가를 올려 시세 차익을 거둔 과정과 지난해 아센디오가 '초전도체'를 재료로 주가를 올려 시세 차익을 거둔 과정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대략적으로 양사는 ▲본업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보고 있는 자본잠식 상황 ▲특정 사업을 추진한다고 언론 등을 통해 홍보하고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 ▲해당 사업과 관련된 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포럼 개최 등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상승 ▲그러는 동안 최대 주주와 관련 투자자는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지분을 매도해 시세 차익 실현 ▲ 이후 주가는 다시 폭락해 이를 모르고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과정을 겪었다.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지명수배 전단. [김건희 특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44_277238_5539.jpg)
◆ 웰바이오텍과 아센디오, 재료만 다른 '쌍둥이주'?
구체적으로 아센디오가 지난해 초 초전도체 테마로 주가가 급등락세롤 보인 과정을 살펴보자. 아센디오는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capital impairment)은 순자산(자본, equity)이 자본금(Legal captial)보다 더 적은 상태를 말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잠식률은 60.3%(자본금은 518억원, 자본총계 205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센디오는 지난해 2월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더불어 초전도체 비상장사 퀀텀포트(씨씨에스의 새 최대 주주)가 발행한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 연구·개발 업체인 퀀텀포트는 국내를 뜨겁게 달궜던 상온 초전도체 LK-99 논문에 참여했던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만든 회사다.
아센디오는 해당 사업 목적 추가 공시가 나온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그 다음날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주가 상승이 이어진 뒤 주요 주주의 지분 매도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 아센디오는 지난해 2월 26일 장 종료 후 주요 주주 중 한 곳인 소네트투자조합이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155만6415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시세 차익 실현 후 소네트투자조합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7%에서 지난 2월 26일 4.99%로 떨어졌다. 특히 약 6억원에 해당하는 31만주는 아센디오가 초전도체 사업을 공시하고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달 23일 시장에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만년 적자 기업인 아센디오가 퀀텀포트에 전환사채(CB) 방식으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실탄 마련을 위해 새로운 CB를 발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은 바 있다. 퀀텀포트(비상장)의 CB 45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댔지만, 이 또한 새로운 CB를 발행해 곳간을 메운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엔터주'란 탈을 쓴 테마주"라며 주가 급변동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아센디오는 올해 1월 13일 "보통주 10주를 1주로 무상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히며 자본금이 517억8474만4000원에서 51억7847만4000원으로 줄었다. 이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8원(29.80%) 내린 278원으로 곤두박질 쳐 하한가이자 상장 이래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 이기훈 등 아센디오 주가 개입 '스모킹건' 나올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으로 주가가 오른 웰바이오텍(아센디오 최대 주주)은 지난 2023년 액면가에 가까운 1000원대 가격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외부에 매각했는데, 이를 통해 약 39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전환사채 매각을 중개한 것으로 지목된 페이퍼컴퍼니 '와이즈퍼시픽홀딩스' 실소유주를 이기훈 웰바이오텍 전 회장으로 보고 있고, 아센디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센디오 주가 급등이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호재보다는 웰바이오텍 등 특정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본지도 지난 4월 1일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보도하며 투자자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특검팀의 아센디오 사옥 압수수색으로 이종호 전 대표와 이기훈 회장 등 김건희 여사 주변의 주가 조작 세력들이 웰바이오텍에서 아센디오로 투자 대상을 옮겨가며 주가 조작을 벌인 '스모킹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센디오의 실 소유주가 과거 주가조작 사건과 연루된 '기업 사냥꾼' 양남희 씨라는 점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씨 역시 웰바이오텍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특히 양씨는 과거 한 상장사의 무자본 M&A와 관련해 한 차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당시 재판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 정권의 유력 인사와의 연으로 처벌을 피해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김건희특검은 양 씨를 최근 체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