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모태' 제일제당, 바이오 여파 주춤...프레시웨이·대한통운만 실력 선방

CJ그룹이 세운 각 사업부문의 융·복합 R&D 연구소인 'CJ 블로썸파크' 전경 [사진=CJ그룹]
CJ그룹이 세운 각 사업부문의 융·복합 R&D 연구소인 'CJ 블로썸파크' 전경 [사진=CJ그룹]

일부 CJ그룹주들이 고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너 리스크'까지는 아니어도 '오너 이슈' 때문은 분명해 보인다.

17일 증권계에 따르면, 그룹 모태이자 범 삼성 일가 뿌리인 CJ제일제당이 바이오 관련 약세를 기록 중인 가운데, CJ ENM은 콘텐츠 부족 현상으로 주가가 좀처럼 시원스럽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장기간 고전 중이다. 지주사 격인 CJ 역시 대형 이슈를 겪고 있다. 다만 CJ는 일명 '오너 일가 문제'가 반작용으로 작용,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다. CJ가 오너 리스크와 올리브영 상장 불발의 함수관계 속에서 어부지리를 하고 있다면, CJ대한통운과 CJ프레시웨이는 순전히 실력으로 상승 흐름을 탄 터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그래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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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우선 CJ올리브영과의 오랜 합병 가능성 저울질에 노출돼 온 종목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상법 개정 국면으로 방향을 잃은 상황. 그간 올리브영은 3세 승계 구도에서 상장 후 합병을 통해 3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시나리오에 단골로 등장해 왔다. 하지만 강화된 경영진의 충실의무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 회사 이익에만 충실하면 되는 게 아니라, 비지배주주 불이익 방지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므로, 이제 CJ 오너 일가 이익을 위해서만 합병 시점을 잡는다든지, 올리브영 가치 판단에 불합리성을 가미해서는 큰 탈이 날 수 있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올리브영 합병설은 CJ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는데, 3세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반대로 CJ 주가를 눌러야 하므로, 언급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어쨌든 오너 3세로의 승계작업에서 자금 부담을 줄이려면 올리브영 지분가치는 끌어올리고 CJ 주가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합병하는 방향이 유리하므로 상황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CJ 주주들이 이선호 이슈가 새 정부에서 물 건너 갔다며 축배를 들 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CJ ENM의 경우, 3분기 '어닝쇼크'를 만났다. 특히 티빙의 수익성 악화 흐름이 두드러진다. 모회사인 CJ ENM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 3분기 매출은 98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년 전 71억원에서 162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3월 월 5500원짜리 광고형 요금제 출시로 가입자 기반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이용자당 매출(ARPU)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부족했다. 배달의민족 '배민클럽'(6월), SK텔레콤 'T우주패스'(7월) 등과 제휴를 야심차게 진행했지만, 오히려 ARPU 감소를 부추기는 상황만 연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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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부문(영화, 드라마, 음악) 및 커머스의 선전이 눈에 띈다는 평이 많은데, 콘텐츠 분야는 '태풍상사'와 '얄미운 사랑' 등 앵커 지식 재산권(IP)을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 부문에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적은 공연 횟수와 자체 아티스트 활동이 축소되는 상황, 이즈나 신보 마케팅비용 부담 등 아쉬운 부분들이 거론된다. 따라서 어떻게 회복 모멘텀을 만들어 내고 본격화할지에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길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NH투자증권에서는 어닝쇼크는 어디까지나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3분기 어닝쇼크는 비우호적 업황 지속에 따른 턴어라운드 지연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티빙-웨이브 협력에 따른 디지털 광고 부문 고성장과 중화권 IP 론칭에 따른 잠재시장(TAM) 확대 모멘텀 역시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래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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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식품보다는 바이오쪽 수익성 악화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얼추 들어맞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에는 4가지 사업부문이 있다. 지난해 기준 29조4000억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순서대로 보면 ▲CJ대한통운의 물류(39%) ▲식품(39%) ▲ 바이오(14%) ▲사료 및 축산의 F&C(8%)의 2강 2약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바이오를 매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는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 국면에서 바이오 영역 고난의 행군이 예상됐는데, 이 문제가 일단락되어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이오 리스크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794억원, 영업이익 220억 원을 서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4%, 영업이익은 71.9% 줄어든 것. 경쟁 심화로 알지닌 등 스페셜티 제품과 트립토판 판매가 부진했으며, 라이신 가격도 중국산 공급 확대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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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 수익성이 5분기 만에 반등했다는 희소식을 주주들에게 전했다. 

CJ대한통운은 '매일오네 서비스(주 7일 배송)'가 마침내 빛을 보고 있다는 평. 2025년 상반기까지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3분기 들어 '주7일 배송' 효과가 본격화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배송 서비스 차별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상승과 물류 자동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원가 구조 개선 덕분에 3분기 실적이 가장 기대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CJ프레시웨이도 급식 시장 성장이라는 '군 급식 도전' 노력 등 신시장 개척으로 관심을 모은다. 

[그래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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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프레시웨이 잠정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전년 동 기간 282억원에서 19.3% 증가한 3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손실 78억원에서 올해는 2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는 군 급식 등 신규 시장 진입, 공항 푸드코트 등 컨세션 신규 점포 연쇄 개점 효과 등에 이어, 키친리스 전략을 통해 미래 급식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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