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확충 '분주'...자금원·쓰임새·포인트는 '각양각색'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가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을 속속 획득하면서, 이른바 투자은행업(IB) 진행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점에 눈길을 돌리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런 현상 속에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증자 등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의 도약을 꾀한다는 목표의식을 강하게 부여받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오익근 레일'에 따라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현재 상장전환우선주(RCPS) 발행 새 소식이 나와 업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종투사 지정 자기자본 기준은 3조원이다. 대신증권은 10번째로 이미 지정을 받았는데(대신증권 몸체는 현재 3조7300억원선) 계속 몸을 키우는 상황이다. 자기자본을 4조원대까지 늘리면서 초대형IB 인가를 획득, 발행어음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오익근 대표는 자본확충 진행의 철길을 꾸준히 깔아 왔었다. 그는 근래 '용퇴'를 결심했지만, 자신이 물러나더라도 큰 틀의 몸집 키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밑그림을 파이낸셜그룹 및 후임자(내정자)와 조율, 논의해 이번 발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RCPS로 확충되는 자본은 IB 강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파악되는 이번 RCPS 발행 추진안은 3350억원 규모다.  

이 경우 대신증권은 4조원대의 고비를 넘기며 덩치를 한층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종투사를 넘어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사업 진출까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RCPS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나온다. 

이미 발행어음업을 할 때를 대비한 신디케이션 조직까지 미리 구축해 놨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상황이고 보면, 이번 RCPS 발행을 통한 또다른 도약 준비 완료는 확실히 목표가 있는 행보인 셈이다.  

이미 초대형 증권사로 입지를 굳힌 기업은 물론 자기자본 1조원대 중형 증권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거나 증자를 단행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NH투자증권은 올 여름, 6500억원 유상증자 결정을 통해 IMA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이를 따냈는데, NH의 경우엔 몸집 맞추기를 위한 자본 끌어들이기에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에, 합격 여부도 타사 대비 접수에 두 달 정도가 늦어진 것과 비슷하게 두 달 혹은 플러스 알파 수준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역시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큰 그림에 걸맞은 모습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몸집을 키워 대형 사업을 하려는 차세대 먹거리 개발 노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 당시 남기천 대표가 "출범 5년 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 자격을 확보하고 10년 뒤 자기자본 5조원을 달성해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조원대 규모의 증자를 받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내부에서 1조원 수준을 확정적으로 검토했는데, 증권 실무에서 규모를 최대 1조8000억원까지 높여달라고 요청해 조율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다만,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정확한 확인은 피하며 "지주와 시기·규모(액수)에 대해서는 조율 중"이라는 거시적 그림만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과거 종금업 시절 축적한 기업 커버리지 역량을 바탕으로 부채자본시장(DCM)·인수금융 등으로 IB 업무의 외연을 이미 빠르게 넓히는 중이라, 지주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성장 시나리오가 길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투자증권 증자설이 힘을 받고 있다.

업계 11위 교보증권도 종투사 진입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2023년 두 차례 최대주주 교보생명을 파트너로 총 4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그 결과 교보증권의 현재 자기자본 규모는 올 3분기말 기준 2조1231억원에 달한다. 이미 교보증권은 "오는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투사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언한 바 있어, 교보 측 3조 종투사의 꿈 달성이 내년 증권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도 지난해 11월 유상증사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의 자본 조달 목적은 시설자금과 채무상환 자금 등을 위해서라는 점에서 앞서 언급된 사례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시설자금이 '차세대 원장 시스템 구축'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대차증권 역시 체급 불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련의 증권업계 몸집 불리기는 최근 금융당국의 승인 하에 대형사들이 잇따라 신규 사업부문에 진출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19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첫 IMA 사업 인가를 받음과 동시에 키움증권도 5번째 발행어음 사업자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당국의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정책에 따라 대형사들은 다양한 채널로 보다 수월하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게 됐으므로 중형사 내지 소형사들도 이 과실 따기 대열에 참여할 여러 길을 계속 모색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코스피 5000시대를 공언한 이재명 정부의 친자본시장 정책이 이어지는 만큼, 증권사마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몸집 불리기 역시 계속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