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株,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주가 상승
3월 매집 후 20만원 돌파 시점 매도
호반그룹, 매각으로 수백억원 차익 추정
"개미 꼬신 후 고점 매도" 성토 이어져
![호반그룹 사옥 전경(호반파크) [호반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862_278595_45.jpg)
호반그룹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던 LS 지분을 고점에서 돌연 매각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4%대 LS 지분 가운데 약 1% 안팎을 처분, 지분율을 3% 아래로 낮췄다. 호반 지분이 공시 대상인 5% 미만이어서 정확한 매도 물량·시점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기타 법인이 시가 2000억원을 웃도는 LS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그룹의 지분 매각 시점은 주가가 정점을 찍은 때와 일치한다. 호반의 지분 매집 사실이 처음 알려진 올해 3월 LS 주가는 1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기타 법인의 지분 매도가 집중된 시기에는 20만원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약 2배가 뛴 셈으로, 호반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각각 대한전선(호반그룹)과 LS전선(LS)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두 회사는 특허 침해를 놓고 올해 초까지 6년간 소송전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기술 유출 혐의로 경찰로부터 조사와 압수수색을 받으며 향후 수조원 대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경쟁 관계 속 지난 3월 호반그룹이 LS 지분 3%를 장내에서 매집하자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3% 이상 지분 보유 시 영업 기밀이 포함된 회계 장부 열람, 이사 선임·해임 안건 상정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LS그룹은 호반그룹의 매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어 태세를 갖췄다. 특히 지난 5월 하림그룹 계열 팬오션이 LS 지분 0.24%를 매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하림그룹과 호반그룹이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하림이 호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후 구자은 회장을 비롯한 특수 관계인 40여명이 지분 32.6%를 쪼개 가진 LS는 지분 방어에 나섰다. 8월 LS그룹 투자형 지주사인 인베니가 LS 지분을 처음 매입했고, 10월에는 구 회장을 비롯한 LS 최대주주 일가가 LS에코에너지 지분을 처분해 LS 지분 매입 실탄을 마련했다. 한진그룹도 5월 대한항공이 LS 주식 1.2%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인수하며 '반호반 동맹'을 구축했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호반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862_278596_435.jpg)
개인 투자자들은 호반그룹의 '먹튀'를 의심하고 있다. 과거에도 인수 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다수 기업의 인수전에 참여한 뒤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낸 전례가 있어서다. 2015년 단독 입찰 참여 후 무산된 금호산업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호반건설은 2014년 11월 매수한 금호산업 주식 6.16%를 인수 무산 뒤인 2015년 2월 전량 매각해 약 3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호반그룹은 이번 매각이 '수익 실현'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전선주 전망이 좋아 LS에 투자했다"며 "최근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선주 전망이 좋다면 유일한 상장 그룹계열사인 대한전선을 주식을 더 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호반의 지분 매각 추정 시점 이후 LS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조정, 증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관련 논란 등이 불거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온라인에서는 "개미들 다 꼬신 다음에 고점에 다 팔고 튀었다", "세무 조사가 절실하다", "결국 개미만 피 봤다" 등 호반을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지분 매각이 호반그룹의 건설 부문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지방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과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2%, 32% 하락했다. 반면 비건설 부문 계열사인 대한전선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 6268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삼성금거래소도 금값 급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한편, 재계에선 호반그룹과 한진그룹 간 갈등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18.4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외 특수 관계인(20.02%)과 지분율 격차가 1%p대에 불과하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가격인 15만원대에 비해 현재 주가는 9만원대로 낮아진 상황이라 추가 매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