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출 총량 축소 조치에도 당초 기준보다 32.7% 증가세
KB국민·하나은행 주담대 접수 중단..."서울은 여전히 대출수요 높아"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관리를 위해 대출 창구를 잠그고 있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972_278760_832.jpg)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급브레이크를 걸며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앞다퉈 닫기 시작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주택 시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 한도를 도입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이다. 11월이 끝나기까지 열흘이나 남았지만 2조6519억원 늘은 것이다. 벌써부터 지난 10월 한 달 증가분(2조527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당국이 앞서 6·27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약 절반 정도 축소하라고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 이 제도는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주택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가계대출 목표 증가액은 7조8953억원이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인 5조9493억원에 비해 32.7%나 많은 규모다. 반면 오직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만이 1조8000억원 남아 있다. 기존 목표치인 2조1200억원보다 적어 아직 증가액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 관리 계획을 잡아둔 상태에서 하반기 목표치를 갑자기 조정해야 했던 상황이라 사실상 기준을 지키기 쉽지 않았다"며 "대출 창구를 열고 닫는 등 대출 총량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에도 5대 은행은 자체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뛰어넘으며 총량 관리에 실패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4년 5대 은행 대출 증가액은 14조6800억원, 목표치 11조3569억원을 29.4% 넘겼다"며 "당시에도 농협은행만 목표를 지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대출 창구를 차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22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인 주담대 비대면 채널 신규 접수를 막았다. 또 오늘부터는 대면 창구 접수도 중단한다. 여기에 타 은행 대환대출(주택담보·전세자금·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같은 날 제한됐다.
하나은행 역시 오는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 및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가계대출 잔액 현황에 따라 취급 중단을 결정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접수를 중단한 만큼, 남은 시중은행인 2곳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라 비대면 채널 판매 중단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주담대의 경우 연초부터 꾸준히 각 영업점의 부동산 금융상품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연말까지 대면 창구 중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6·2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인 올해 3분기 지역 간 주택매매거래량 증가율 상의 격차가 완화됐지만, 서울 지역 주담대 수요는 타 지역에 비해 증가폭이 여전히 높아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지역별·연령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분기 말 기준 서울 평균 주담대 잔액이 1년 전보다 11.5% 늘어났다. 이는 경기·인천 등을 포함한 타지역 증가율(5.2∼6.5%)을 감안할 때 약 2배 높은 수치다.
김현열 금융연 연구위원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월세 시장의 격차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7~9월 중 서울 강남의 월세·준월세가격지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서울 지역 주담대 신규 차입 금액 증가에서 40대 이하의 차지 비중이 크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지역 신규 40대 이하 주담대 보유차주의 차입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8000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차주의 평균 차입금액 증가분이 100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된다.
김 연구위원은 "40대 이하 연령대의 서울 지역 선호 현상이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전·월세 시장에서의 지역 격차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