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O 53일로 장기 평균과 동일…"연체 채권 거의 없어"
재고 32% 급증은 차세대 칩 '블랙웰' 출시 대비 조치
순환 출자 의혹에 "투자 기업 매출 비중 3~7%에 불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제공]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에 정면 대응하며 "매출 부풀리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실적 호조에도 끊이지 않는 재무 건전성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이례적인 해명에 나선 것이다.

25일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주주들에게 '팩트체크 FAQ'라는 제목의 7쪽짜리 서한을 배포했다. 해당 문서는 매출채권, 재고, 현금 흐름, 회계 처리 등 회사 재무 상태와 관련된 10여 가지 의혹을 항목별로 상세히 해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엔비디아는 우선 매출채권 회전일수(DSO) 증가 우려에 선을 그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DSO는 53일로 2020~2024년 장기 평균인 52일과 사실상 동일하며, 지난 분기 대비로는 오히려 감소했다. 연체된 채권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고, 고객의 지급 불능을 시사하는 증거도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매출채권 급증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고객사의 자금 사정 악화를 의미한다"는 시장 해석을 정면으로 일축한 것이다.

재고 자산이 지난 분기보다 32% 급증한 점에 대해서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 출시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요 둔화나 판매 부진에 따른 악성 재고 누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인 650억 달러를 달성하고, 원활한 공급을 이어가려면 재고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재고 증가는 고객의 지불 능력과 무관하며, 엄격한 신용 평가를 거쳐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금 흐름과 회계 투명성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일각에서 영업 활동 현금 흐름(OCF)이 145억 달러에 불과해 현금 전환율이 낮다고 주장하는 에 대해 엔비디아는 "잘못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에 따르면 실제 OCF는 238억 달러이며, 최근 12개월 잉여 현금 흐름(FCF)은 772억 달러로 순이익의 약 78% 수준이다. 이는 TSMC(283억 달러), AMD(54억 달러), 인텔(-84억 달러) 등 동종 업계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은 현금 창출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소개하는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소개하는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감가상각 기간에 대해서도 "업계 표준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장비는 27년, 건물은 30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서버 장비는 구글·아마존·메타 등과 비슷한 46년을 적용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대해 "실제 수명과 활용 패턴을 기반으로 6년 이상 사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우려가 가장 컸던 '순환 출자'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스타트업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 매출을 부풀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투자사 매출 대부분이 제3자 고객에게서 발생하며, 해당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대상은 금융 업체"라고 반박했다. 이들 기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불과해 '가짜 매출'로 분류하는 건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과거 회계 부정 스캔들을 일으킨 기업들과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월드컴처럼 비용을 자산화해 이익을 부풀리거나, 루슨트처럼 벤더 파이낸싱을 하지 않으며, 고객에게 받을 대금은 출하 즉시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 등 유명 투자자의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자가 아닌 개인의 투자 결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설에 대해선 "어떤 통보나 징후도 받지 못했으며,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적극적인 해명과 호재가 겹치며 주가는 반등했다. 24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5% 오른 182.5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구글이 지난 18일 발표한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가 호평받으며 AI 랠리에 불을 지핀 데다, 미국 정부가 첨단 AI 칩의 대중 수출 재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브로드컴(11.1%), 마이크론(7.99%), 알파벳(6.28%), AMD(5.53%) 등 관련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