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개선 위한 개편이 오히려 불법 마케팅 불씨로

보험영업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는 운전자보험 절판마케팅 관련 홍보물. [사진=김주승 기자]
보험영업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는 운전자보험 절판마케팅 관련 홍보물. [사진=김주승 기자]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 한도 축소를 앞두고 영업 현장에서 이른바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음달 11일부터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지금이 마지막 기회' 등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미승인 광고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손해율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 조치가 오히려 불완전판매 불씨를 키우며 소비자 피해 우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일부 보험설계사가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담보를 중심으로 절판마케팅에 한창이다. 절판마케팅은 보장 축소나 상품 판매 종료 등을 빌미로 소비자 조급함을 자극해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불완전판매나 부당승환 등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부당승환은 기존 계약 해지 후 1개월 내 재가입하거나, 6개월 내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주요 조건(보장 범위·이율 등)을 비교 안내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상 명백한 금지 행위다.

이번 상황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손해보험사에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용 담보의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하면서 벌어졌다. 주요 손보사들은 ▲변경 대상 상품 목록 ▲일정 ▲절판마케팅 방지대책 등을 포함한 이행계획을 지난 21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변호사선임비용 담보는 자동차 사고로 재판을 진행할 때 변호사 비용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상품이다. 그동안 사건 경중이나 심급과 무관하게 동일 금액이 정액으로 지급돼, 1심에서 종결된 사건도 3심 수준의 비용까지 보상해주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

이렇다 보니 보험금 과다 지급과 과도한 수임료 청구 문제가 야기됐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실제 최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5개사 관련 지급보험금은 지난 2021년 146억원에서 2023년 613억원으로 약 4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담보에 자기부담률 50%를 신설하고, 심급별 보장 체계로 전환하는 등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1심·2심·3심 각각 최대 약 500만원 수준의 한도를 두고, 여기에 자기부담률이 적용될 경우 1심 기준 실질 보장액이 최대 250만원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를 빌미로 '보장이 곧 축소되니 지금 가입해야 한다'는 식의 홍보가 SNS, 유튜브 등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의받지 않은 불법 업무광고가 생성형 AI 등을 통해 손쉽게 제작되고 확산되고 있다. 

업무광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유인할 목적으로 소비자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한 광고다. 회사 이미지·브랜드 광고, 보험리모델링 광고, 보험비교안내, 비대면계약 이벤트 광고 등이 포함된다.

이같은 광고는 반드시 심의를 거쳐야 한다. GA나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회사 준법감시인의 심의를, TV와 유튜브 등은 보험협회 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상품의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장축소를 진행한 것이 결과적으로 또다른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4월 간병인 사용 일당 보장 축소 당시에도 일부 영업조직에서 '곧 줄어든다'며 판매를 부추기는 절판마케팅이 이뤄진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 축소 예정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지만, 이를 과도하게 활용할 경우 민원 증가로 인한 피해는 보험사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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