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글로벌 최강자 SK하이닉스, AI 기술 리더십 확보
SK텔레콤, 'AI 피라미드' 전략 추진…텔코 LLM 개발
최태원 회장, 글로벌 AI 광폭행보
전통적인 굴뚝산업부터 금융산업까지 모든 산업군에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대변혁의 방아쇠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곳곳에 스며들면서 혼(魂)이 들어간 개체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 일상 생활과 AI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맞게 기업들도 빠르게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파이낸셜포스트가 그룹별 AI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SK하이닉스 직원이 반도체 제조 시설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918_206634_2556.jpg)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와 온디바이스 AI 열풍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축전도 불꽃이 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AI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던 SK그룹의 전략이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까지 연달아 참여하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반도체 HBM 개발·양산을 비롯해 세계 13억명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통신사들간의 동맹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lobal Telco AI Alliance, GTAA)를 통해 AI 사업을 전 세계 무대로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HBM3 그래픽 이미지.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918_206636_2841.jpg)
◇ 글로벌 1위 HBM 필두, AI 가속기, 메모리 솔루션까지 두각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적재적소에 활용이 가능한 AI 메모리 라인업을 구축해 두각을 나타냈다. ▲글로벌 1위 HBM ▲PIM(Processing-In-Memory) 반도체 GDDR6-AiM 기반의 가속기 카드 'AiMX' 시제품을 선보였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초고성능 D램이다. 고속 병렬 연산에 적합하도록 메모리 대역폭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HBM은 모든 AI 분야에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학습에 효과적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GPU로 전달하는 데이터가 가장 크고 많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이 함께 필요한 PIM 대비 빠르고 효과적으로 연산 성능을 높일 수 있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 SK하이닉스는 다양한 AI 응용처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성공했다. HBM3E의 양산·판매가 3분기에 계획되어 있고, 256GB 이상의 초고용량 모듈을 양산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속도의 LPDDR5T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생산한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 완판)됐고, 내년 물량 역시 거의 완판된 상태"라고 자신 있게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SK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에서도 업계 유일의 60TB 이상 QLC 기반 SSD를 공급하는 등 세계 최고의 AI 메모리 공급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주최 행사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서는 차세대 그래픽 D램인 'GDDR7'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최대 대역폭이 초당 128GB로 이전 세대인 GDDR6 대비 2배 증가했고, 전력 효율성은 40% 개선됐다. AI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제품을 더욱 개선·발전시킨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HBM 후속 제품인 HBM4와 HBM4E 개발도 본격화할 예정으로 새로운 국면(Phase)을 맞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LPDDR6, 300TB SSD뿐만 아니라 CXL 풀드 메모리(Pooled Memory) 솔루션 등 혁신적인 메모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Tim Höttges) 회장, 클라우디아 네맛(Claudia Nemat) 기술혁신담당이사, 이앤(e&) 그룹 하템 도비다(Hatem Dowidar) 그룹 CEO, SK 최태원 회장, 싱텔 그룹 위엔 콴 문(Yuen Kuan Moon) 그룹 CEO, SKT 유영상 사장, 타다시 이이다(Tadashi Iida)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MWC24 SKT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918_206637_296.jpg)
◇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로 AI 시장 주도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피라미드' 전략을 선포하고 각 분야의 AI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축적해왔다. 이 전략의 핵심은 AI 인프라, AI 전환, AI 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것이다.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협력(協力)’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의 3단계로 묶어낸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2월 'MWC 2024'에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합작법인 설립과 '통신산업 특화 AI 거대언어모델(텔코 LLM)' 개발을 발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는 이 자리에서 GTAA 창립총회를 열고 텔코 LLM 공동 개발과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GTAA 회원사는 모두 유럽, 중동, 아시아의 대표 통신사로 이들 기업이 보유한 가입자만 13억명에 달한다. 도이치텔레콤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 약 2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앤(e&)그룹도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1억7000만명, 싱텔그룹은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지역 7억7000만명,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약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섯 회사는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텔코 LLM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 등 5개 국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합작법인은 연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연내 SKT뿐 아니라 GTAA 멤버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LLM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젠슨 황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918_206638_2931.jpg)
◇ 최태원 회장, 발로 뛰며 AI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AI 반도체 선점을 위해 최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분야의 협력을 모색했다.
그는 직접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젠슨 황 CEO와 찍은 사진과 "우리의 파트너십으로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황 CEO의 사인을 올렸다. 이번 만남에서 SK와 엔비디아가 HBM을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의 협력 방안이 세부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만났다. 최 회장과 올트먼 CEO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나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갑진년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를 찾아 주목을 받았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HBM 등 AI 메모리 분야 성장 동력을 점검하며 달라진 경영 환경에 대한 대응을 당부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좌측부터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이다. [SK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918_206639_306.jpg)
당시 최 회장은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 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 아래 지난 조직개편에서 SK하이닉스는 'AI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새롭게 편제하는 등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