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바퀴 달린 AI스마트폰' 전략 속도
정의선 회장 "올해를 SDV 체질 갖추는 원년으로"
송창현 대표,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 지휘
SDV OS부터 개발 방식 대전환 추진
전통적인 굴뚝산업부터 금융산업까지 모든 산업군에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대변혁의 방아쇠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곳곳에 스며들면서 혼(魂)이 들어간 개체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 일상 생활과 AI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맞게 기업들도 빠르게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파이낸셜포스트가 그룹별 AI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75_206874_515.jpg)
하드웨어가 뛰어난 차량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제 인공지능(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개발에 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치 온디바이스AI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모빌리티,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전반을 바꾸는 플랫폼이 될 스마트카가 바로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이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일찌감치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SDV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SW 개발 조직 통합 'AVP 본부'에 역량 총결집
조직 개편의 핵심은 그룹 내 파편화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통합해 '첨단차 플랫폼(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를 신설하는 것. 본부에는 현대차·기아 SDV 본부와 남양연구소 소프트웨어 연구 담당,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메타(META) 담당 인력도 포함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우측)과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현대차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75_206875_528.jpg)
신임 AVP 본부장은 송창현 SDV 본부장(사장)이 맡았다.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이자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 사장은 현재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현재 AVP 본부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을 핵심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는 전사적으로 SDV 전환 속도를 높이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올해 초 SDV 전환에 대해 "늦다, 갈 길이 멀다" 등 직접적인 표현으로 마음 속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SDV 체질을 갖추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 혁신을 이어가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내년까지 모든 차종의 SDV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SDV는 최신 상태를 유지하고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정의되는 차를 뜻한다. SDV로 전환되면 자동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통합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설계, 제조까지의 자동차 양산 과정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차량 개발 효율성도 높인다.
![포티투닷이 CES 2024에서 SDV의 방향성과 내재화 중인 실증 기술을 공개했다. [포티투닷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75_206876_547.jpg)
◇ SDV, 스스로 배우고 개선하는 ‘AI 머신’ 정의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환 로드맵을 공개했다. 개발하고 있는 SDV를 스스로 배우고 개선하는 ‘AI 머신’으로 정의하고, 인간이 주는 데이터만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이 각종 센서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한 후 학습하고 분석해 인지와 판단, 그리고 행동까지 하게 할 것이라는 구상을 천명했다.
송창현 대표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내 차처럼 편하고, 목적지까지 다양한 이동 수단이 결합되는 혁신적인 이동 경험이 보편화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물 흐르듯 연결하는 기술의 핵심이 바로 소프트웨어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 프로세스에서는 다양한 솔루션 개발이 가능해 더 유연하게 사용자 니즈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해, 이동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하면서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CES에서 고도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내재화로 개발 중인 SDV 운영체제(OS)도 소개했다. SDV OS는 물리적으로 분산된 하드웨어를 추상화(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프로세스)해 하나의 차량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앱이 하드웨어 구조에 의존하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하드웨어가 고장이 나더라도 SDV OS가 해당 하드웨어의 실행 위치를 이동시켜 복원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AI 기술을 내비게이션에 통합해 탑승부터 목적지 이동까지 주변 환경과 상황 등을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포티투닷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75_206879_101.jpg)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차량용 앱 마켓을 지원하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어시스턴트를 내비게이션, 음악과 같은 차량용 앱과 결합해 사용자 중심의 상호 작용을 구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차량 소프트웨어에 쌓인 데이터를 AI와 연동해 물류, 도시 운영체계 등과 연동하는 등 차와 사람을 도시 인프라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 삼성전자 손 잡고 SDV 플랫폼 개발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CES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를 활용해 AI SDV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다. 내년까지 관련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엑시노스 오토는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첨단 전장용 반도체다. 운전자에게 고화질 지도, 영상 스트리밍 기능, 실시간 운행 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포티투닷은 삼성전자가 최신 시스템온칩(SoC)이 적용된 엑시노스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면 이를 활용해 SDV 플랫폼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신임 AVP 본부장. [현대차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75_206880_1020.jpeg)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IHS마킷과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10억 달러42조4000억원)였던 전 세계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 600억 달러(82조1000억원), 2030년 830억 달러(113조6000억원)로 매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이미 OTA를 통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송창현 대표는 “SDV가 다양한 기술은 물론 AI와 접목된다면 차는 단순히 다른 장소로의 이동만이 아닌, 사용자가 말하지 않아도 데이터와 AI로 의도를 파악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에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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