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소비시즌 기대감과 금리 인하 전망에 美 증시 상승세
국내 증시엔 아직 '트럼프 관세 노이즈' 여파 작용
대규모 코스피 매도 속 은행주 강세…내년 실적 주목

금융 초점 이미지. [파이낸셜포스트 DB]
금융 초점 이미지. [파이낸셜포스트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발표에 따른 자동차 등 관련 피해 업종 약세에도 연말 소비시즌 기대감과 내달 금리 인하 전망 우위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강세를 시현했다.

반면에 국내 증시는 아직도 미국 자동차, 반도체주의 약세 여파가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현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은행주도 결국 내년에는 이자이익 증감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취임 첫날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미국 시장에서는 헙상용 엄포를 놓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지면서 매수세가 강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 1기 시절의 학습효과와 내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28% 오른 4만4860.31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전 거래일보다 0.57%, 0.63% 상승 마감했다.

또한, 이날 양호한 미국 소비경기 전망에 따른 연말 소비시즌 기대감과 중립 수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으로 인한 내달 금리 인하 전망 우위도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FOMC 회의록에서 Fed 위원들은 '점진적 금리인하'를 광범위하게 지지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이 중립금리 수준을 명확히 정하기 어렵다며 "통화정책의 제약 수준을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25bp(bp=0.01%p) 인하 확률을 63%로 반영했다. 전날 마감 무렵엔 52% 수준에 그쳤다.

다만, 반도체ㆍ인공지능 관련주가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향후 '트럼프 관세 노이즈'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이 관건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뿐만 아니라 정부효율부 수장인 머스크까지 미디어를 통해 정책 방향성을 앞으로 빈번하게 제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른 낭비적 보조금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을 앞두고 빠르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시도를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며 코스피 지수가 장중 2500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69% 내린 2503.06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도 692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0.17%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내각에 지명된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삼성전자가 오늘 사장단 인사를 통해 경영진 쇄신을 발표했음에도 기대감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면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은행주 연간 이자이익ㆍ증감률 추이와 연간 원화 대출성장률 추이 그래프. [BNK투자증권 제공]
은행주 연간 이자이익ㆍ증감률 추이와 연간 원화 대출성장률 추이 그래프. [BNK투자증권 제공]

이처럼 업종별 차별화 장세 속 투자자들은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종목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주는 밸류업 정책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코스피 매도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은 전 거래일보다 2.81% 오른 9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하나금융 2.9% △신한금융 1.47% △우리금융 0.66% △JB금융 4.73% △메리츠금융 3.65% △DGB금융 1.86% 등 금융 관련 업종이 동반 상승 마감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CET1(자본비율) 상승에 따른 자본적정성 제고에 기반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실행으로 은행주 지배주주순이익이 최근 0.47배까지 올랐다"며 "그러나 올해 기준으로도 자기자본수익률(ROE) 9% 상회, 배당수익률 6.1%, 총주주환원율 35.9%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주가상승을 반영해도 내년 이후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 6.8%, 누적 자사주 매입ㆍ소각 규모 10조9000억원과 시가총액 대비 11.0%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은행주의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한 점이 변수다. 아울러 가계대출 규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소기업 대출 둔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대기업 대출 수요 감소, 특히 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성장 축소 가능성 등을 감안할 시 원화 대출성장도 5% 미만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 경기둔화에도 미국의 높은 기준금리(4.75%) 대비 한국 기준금리(3.25%)이 절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내년 25bp, 2회)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내년 1분기 NIM이 낮은 수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내년 연간 NIM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손충당금전입도 전년 대비 6.7% 감소한 10조6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추세적으로 증가했던 경상적 대손비용이 올해 하반기 증가추세가 둔화됐으며, 내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차주 부담 완화와 대규모 선제적 적립 축소 지속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의견은 오버웨이트(Overweight)로 유지됐다. 김 연구원은 "내년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에도 비이자이익 증가와 대손충당금전입 감소로 상쇄하면서 지배주주순이익 22조9000억원의 최대 실적을 예상한다"며  "내년 이후에는 자사주 매입ㆍ소각 확대로 주주환원율이 큰 폭으로 상향되면서 밸류업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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