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쇼크로 우려 증폭됐으나 초입 단계 여부엔 의견 엇갈려
KB증권 "노동시장 지표에 따라 경기 사이클 관련 종합적 판단 필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

최근 고용쇼크과 저조한 제조업 지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증권가에서는 노동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특히 '섹터별 고용' 분석에 집중해 미국 경기 흐름의 방향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란 점이 강조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지수는 43.4pt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달 실업률도 전월보다 0.2%P 상승한 4.3%로 집계됐다. 더욱이 실업률 3개월 이동 평균치(4.13%)는 이전 12개월간 저점보다 0.53%P나 올랐다.

실업률 증가에 따라 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늘었다. 미국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27일까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총 24만9000건이다. 지난해 8월 첫주 25만8000건을 기록한 뒤 거의 1년만에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곧바로 미국은 '삼의 법칙(Sahm Rule)'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됐다. '삼의 법칙'은 과거 연준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발견했는데 미국의 실업률 추이를 토대로 경기침체 초기단계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경기위험을 판단한다.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전년 대비 실업률 저점보다 0.5%P 오르면 경기침체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위축된 미국 공장 활동지수도 경기침체 분위기를 심화시켰다. 지난달 ISM 제조업지수는 46.8pt로 시장 예상치(48.8pt)를 크게 하회했다. 더불어 재고지수와 신규주문도 급락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워싱턴의 상무부 건물.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의 상무부 건물.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당시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 전망과 폭락장세를 놓고 상반된 의견과 전망이 엇갈린 바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침체의 초입"이며 "최근 나타난 미국 주식 시장의 하락은 끝난 것이 아니라 하락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실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수 반등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여전히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침체 우려 분위기를 언급하는 것조차 경계하기도 했는데 "이미 수익률 곡선 역전과 같은 '법칙'처럼 보이는 것들이 어긋나는 것을 봐왔다"며 "삼의 법칙 요건을 충족해도 꼭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바킨 리치몬드 위원은 지난 8일 "고용은 줄이되 해고는 하고 있지 않다"며 "노동 공급이 1, 2년 전 보다 훨씬 많고 이것이 실업률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굴스비 시카고 연구원 역시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약했으나 아직 경기침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선행섹터 · 후행섹터 · 비농업고용 3개월 이동평균 [KB증권 제공]
선행섹터 · 후행섹터 · 비농업고용 3개월 이동평균 [KB증권 제공]

이런 와중에 KB증권에서는 미국 고용섹터를 분석한 결과 아직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내놨다. 경기 전망에서 노동시장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핵심 지표인 비농업고용 중 선행 섹터 고용 추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실업자가 늘더라도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실업률만큼 중요한 지표는 고용"이라며 "지난달 비농업고용이 11만명으로 부진했으나 일시적 영향이었고 한 달 수치로 추세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섹터별 고용'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비농업고용 15개 섹터 증가율과 전체 비농업고용 증가율간 시차 상관계수를 놓고 8개 섹터를 '선행섹터'로 나머지 7개를 '후행 섹터'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선행섹터의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과 비농업고용 증가율간 상관계수는 △3개월 후 0.8 △6개월 후 0.7 △12개월 후 0.3 등으로 나왔다. 이는 후행섹터(05, 0.3, -0.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결국 지난달 비농업고용 증가율은 1.6%를 나타냈고 선행과 후행섹터 고용 증가율은 각각 0.7%와 2.6%로 확인됐다.

박 연구원은 "선행지표를 통해 고용 증가의 둔화 속도를 추측할 수 있다"며 "이번 분석 결과 지금은 후행섹터 주도로 고용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행섹터 고용은 작년 하반기까지 급격히 둔화된 뒤 올해 들어 건설과 운송·창고업 위주로 소폭 개선됐다"며 "실업률 상승은 침체 시그널 중 하나지만 현재 선행섹터 고용 증가율을 함께 고려하면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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